“우리나라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기술력이 결코 뒤쳐지지 않습니다. 정부 산업화 육성 지원만 더해지면 시장 선점도 가능합니다.”
“바이오 강국 실현을 위해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신기술 분야가 절실합니다. 정부기관을 많이 찾아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언제든 말해 주십시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콘퍼런스'는 우리나라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선보이고 정부·기업가 산업육성 소통의 장이 됐다. 기업은 자체 역량 확보를, 정부는 생태계 조성에 협력을 약속했다. 행사는 전자신문, 휴먼마이크로바이옴포럼,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나노소포연구회가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바이오협회가 후원했다. 지난해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열린 뒤 올해 두 번째다.
올해는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렀던 기업이 산업화를 앞둔 결과물을 공개하면서 참가자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발맞춰 보건의료연구원이 신의료기술평가 방안 등을 소개하면서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산업화 첫걸음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했다. 당초 정원을 두 배 이상 넘어선 210여 명이 참석해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열기를 보여줬다.
김유영 휴먼마이크로바이옴포럼 의장은 “제1회 행사로 인간 질병 발생 원인, 진단, 치료에 있어 마이크로바이옴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과 현대 의학 패러다임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변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면서 “올해는 마이크로바이옴을 바이오산업에 적용한 제품을 소개하고, 정부 인허가 가이드라인 제정 등 산업화 제반사항을 요구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떠오른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진입을 어떻게 바라볼 지와 기업동향, 정부 지원 계획, 패널 토론 등 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시장진입 부분은 김주연 보건의료연구원 팀장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신의료기술평가'를, 오태광 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마이크로바이옴 현재와 미래'를 소개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대표 기업 6곳은 상품화했거나 이를 앞둔 최신 기술을 소개했다. 김윤근 MD헬스케어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헬스케어 내비게이션', 염규진 코엔바이오 대표는 '분변 메타게놈 분석 통한 류코노스톡 속 균주의 장·간 기능 개선', 변지영 마이크로바이옴 대표는 '글루텐 분해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을 발표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로 건강을 측정하거나 실제 개선 사례를 소개해 높은 관심을 끌었다.
최준엽 우리바이옴 전무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분자진단 키트 개발'을, 반재구 제노포커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김광석 엔도바이옴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단백질 치료제', '마이크로바이옴 내시경을 통한 적용'을 발표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의료기기, 신약 개발 사례를 공유하면서 협업 필요성도 제시했다.
최진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기술과 서기관은 정부 마이크로바이옴 투자현황과 내년 지원 계획을 소개했다. 업계 사업 전략 수립에 정보를 전달했다. 우리나라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바이오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정부와 기업 간 협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 서기관은 “행사는 우리나라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수준과 산업화 단계,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며, 기업도 정부를 많이 찾아 필요사항을 언제든지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는 마이크로바이옴 선점 전쟁이다. 현대의학으로 고치지 못한 질병을 우리 몸에 공존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고치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미 대사질환, 만성질환, 각종 암, 치매, 아토피 등 상당한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됐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진다. 질병조기진단, 치료, 예방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국가 의료비를 절감한다. 신약과 의료기기 등 관련 시장도 무궁무진하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마지막 국가과학기술 프로젝트로 마이크로바이옴 과제를 선정했다. 과학기술위원회(NSTC) 산하 마이크로바이옴 범부처 실무그룹을 만들어 농업, 수자원, 대기, 인간, 에너지 등 8개 분야에 적용 계획을 수립한다. 유럽과 일본도 미생물 연구역량 바탕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 등을 추진한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R&D 투자를 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뱅크, 진단, 신약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선진국이 국가 차원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하는 것과 비교해 연간 90억원 정부 예산이 전부인 우리나라는 뒤처질 우려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 콘퍼런스는 우리나라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육성 방안을 고민하는데 목적을 둔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국내 유일 콘퍼런스인 만큼 기업, 연구기관, 병원, 정부기관 등이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모은다.
윤복근 대한마이크로바이옴협회 대표는 “세계는 마이크로바이옴을 미래 핵심영역으로 꼽고 인력과 자원을 대규모로 투입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국가 차원 중장기 계획 수립과 산업화 구현에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