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인 연구원이나 교수, 유학생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제한할 조짐을 보인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지난달 1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더불어 미 상무부의 감독 대상 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연구원이나 관리자로 근무하는 중국인이 비자를 발급받고자 할 경우에는 복수의 미국 기관에서 특별 신원조회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중국 제조 2025'로 상징되는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고강도 조치를 예고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의 유학생에게 비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반이민정책을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의 전문 분야를 전공한 외국인 유학생이 취업할 때 필요한 H-1B 비자 발급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공부하는 36만200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 중 이들 분야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유학생이 42%, 15만2천여 명에 달한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발급되는 F-1 비자의 경우 지난해 발급 건수가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F-1 비자 발급 건수는 24%나 급감했다.
최근 들어서는 학술 교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는 중국인 교수나 학자가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저명 신경과학자인 라오이는 지난달 미국 국립과학재단 초청을 받아 미국에서 열리는 워크숍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비자 발급이 거부당하는 바람에 참석할 수 없었다.
중국 중앙재경대학 학생들은 지난 10년동안 매년 여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열리는 4주짜리 정치·경제 연구 프로그램에 참석해 왔으나, 올해는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 과학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에 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위안정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중국 불신을 키우고 상호 교류를 저해하는 부정적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