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이 또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하는 안건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위원들이 개별 품목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8일 제6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개최 1년 반 가까이 끌어온 편의점 상비약 품목조정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위원회는 제산제 효능군과 지사제 효능군의 품목 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개별 품목 선정은 의약품 안전성 기준의 적합 여부를 따져 향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일부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판콜에이, 판피린 등 의사 처방이 필요치 않은 13개 일반의약품이 판매되고 있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해 13개 품목에서 소화제 2개 품목을 빼고 제산제(갤포스)와 지사제(스멕타)를 각각 1개 품목씩 추가하는 품목 조정을 논의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의 반발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다가 이날 다시 회의를 재개했다.
지난해 12월 품목 추가에 반대하는 대한약사회 측 인사의 자해소동으로 논의가 전면 중단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자리인 만큼 결론이 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제산제와 지사제 추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개별 품목 선정과 관련해 안전상비약 안전성 기준 적합 여부에 이견이 있어 차후에 검토하기로 했다. 안전상비약 안전성 기준은 의약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정하기로 했다.
당초 제산제로는 '겔포스'가, 지사제로는 '스멕타'가 안전상비약 확대 품목으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이에 약사회는 겔포스가 6개월 미만 영·유아에는 사용할 수 없는 의약품이라는 점을 들어 추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른 시일 내 7차 회의를 열고 제산제와 지사제의 안전상비약 지정 방안과 약사회가 제출한 타이레놀 제외, 편의점 판매시간 조정 대안 등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6월 마무리됐어야 할 편의점 상비약 조정 논의가 1년 이상 지연되면서 국민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달 초 시민 17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86.8%(1515명)이었다. 현행 수준 유지는 9.9%(173명), 현행보다 축소는 1.7%(29명)로 나타났다. 또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제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97%(1693명)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공휴일, 심야 등 약국 이용이 불가능할 때가 74.6%(1179명)로 나타났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