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로 시작해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빠르게 변모했다. '카피캣'으로 무시 받던 중국 스마트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스마트폰 약진 요인으로 △경쟁 △혁신 △현지화 △라인업 △가격 5가지가 손꼽힌다.
중국에는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원플러스·메이주·ZTE·하이센스·쿨패드·레노버 등 알려진 제조사만 10곳을 상회한다. 중국 선전을 중심으로 '제2의 화웨이' '제2의 샤오미'를 꿈꾸는 차세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진입장벽이 낮고, 기술 구현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주요 제조사가 두 곳(삼성전자·LG전자)에 불과하다는 점은 중국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내수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
치열한 내부 경쟁은 혁신으로 이어졌다. 화웨이는 세계 처음으로 P20 프로에 트리플 카메라를 내장했다.
비보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6인치대 풀스크린 스마트폰 '비보 넥스'는 화면 비율을 99%까지 끌어올린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등극했다.
현지화 전략은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에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중요 역할을 했다. 화웨이는 메이트·P시리즈 등을 미국·스페인·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공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에 공을 들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톱3 제조사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샤오미는 인도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인도에 휴대폰 제조공장 6곳을 설립한데 이어, AS센터를 100곳까지 늘렸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대, 인도 소비자의 스마트폰 체험 기회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인도 정부의 제조 육성 정책에 눈높이를 맞추는 동시에,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시도였다.
라인업 확대도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라인업을 확대한 것은 유럽·아시아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냈다.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내수 시장과 동남아를 공략, 유럽 등 지역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를 강화하는 등 시장세분화 전략을 강화했다.
가격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시장 진입 초기 단계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했다. 삼성전자·LG전자·애플 등과 비슷한 사양의 스마트폰 가격을 3분의2 수준으로 책정, 소비자 가격 부담을 낮췄다. 뿐만 아니라, 각 국가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스마트폰 구매 혜택을 늘리는 마케팅을 펼쳤다.
전문가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불과 3~4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치열한 경쟁 환경이 조성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보다 폴더블폰을 먼저 내놓겠다고 선언한 중국 제조사 공언을 마냥 무시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진단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