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해외 파견한 노동자들이 국방 분야를 비롯해 첨단기술 업종에서도 근무해왔다는 미국 싱크탱크 분석이 나왔다.
'달러 벌이'를 위해 건설, 수산, 벌목 등 저숙련 단순노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상적 인식과 달리, 북한 내부 기술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안보연구기관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2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생체인식, 절연 나노 세라믹, 기갑 장비를 비롯한 민감한 국방기술 분야에서도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약 8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중국을 분석한 결과다.
대부분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사례로 러시아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네브즈세라믹스(NEVZ-Ceramics)를 들었다. 핵, 국방, 화학, 석유 산업의 나노 세라믹 업체로, 지난 2015년 기술인력으로 북한 노동자 65명을 고용했다.
수입 선적기록에 따르면 네브즈세라믹스는 2011년 11월부터 6년간 최소 23개국으로부터 462차례 공급받았다. 국적별로는 독일이 236차례로 가장 많았고, 중국 76차례, 일본 38차례, 미국 28차례, 한국 19차례 순이었다.
수출의 경우, 2012년 2월부터 6년간 해외 군수업체에 40차례 수출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등이다.
결과적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글로벌 국방제품 공급망에도 자연스럽게 편입됐다는 의미다.
연구센터는 "무역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이 서구지역의 공급체인에 스며들었다"이라며 "첨단 소프트웨어와 국방기술 분야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정보·기술(IT)도 북한이 노동자를 파견하는 분야로 꼽혔다.
연구센터는 "북한은 해외 파견한 노동자들을 통해 IT 수준을 높여왔고,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망을 회피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연구센터의 이번 보고서는 미국 당국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23일 재무부·국토안보부와 합동으로 '북한 제재 및 단속 조치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북한이 해외 노동자를 수출하는 분야는 의류, 건설, 신발류, 서비스업, IT 서비스, 벌목, 의료, 제약, 식당, 해산물 가공, 섬유, 조선을 포함한다"면서 "여기에 국한하지 않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단일계약을 수행하기 위해 상당수 노동자를 수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북한과 연계 가능성이 있는 지표의 하나로써 IT서비스 업종을 꼽으면서 "북한은 웹페이지·애플리케이션 개발, 보안 소프트웨어, 생체인식 소프트웨어 등 군사·법집행 용도가 있는 다양한 IT서비스와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