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디젤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복수의 자동차 보험사가 BMW코리아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사가 소송에 나서는 것은 BMW코리아가 최근 자발 리콜 조치를 취하면서 제작사 과실을 밝히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소비자 단체(집단) 소송에 이어 다수 보험사까지 소송을 제기하면 BMW코리아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력 자동차보험사 H사와 K사가 BMW코리아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추진한다. 또 다른 보험사 H사와 S사도 같은 내용으로 소송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상권 청구는 남의 채무를 갚아 준 사람이 그 사람에게 채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들 보험사는 '520d' 등 여러 BMW 디젤 모델 사고와 고장 수리 등으로 다수 고객에게 보험금을 보상해 줬다. 그러나 최근 BMW코리아가 자발 리콜을 실시하면서 제작사 과실을 밝히는데 유리해지자 이 비용 청구 소송에 나선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BMW 사고·결함과 관련해 처리해 준 보상 데이터를 집계·분석 중으로 이 작업을 마치는 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BMW가 리콜을 실시함에 따라 회사 간 일반 청구 절차보다는 법정 소송을 통해 (보상)처리비를 받는 게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BMW 차량 결함 관련 구상권 청구 소송 방침을 세웠고, 타 보험사와 단체로 (소송)할지 등 소송 방법을 최종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자동차 업체 상대로 기술 결함 등 합법 과실 증명에 어려움이 있어 애초부터 소송을 시도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법정 공방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보험 업계는 지금까지 밝혀진 화재사고 28건을 포함해 각종 관련 사고와 엔진 과열 등 결함 건이 100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가운데 30~50건이 보험사를 통해 보상 처리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다수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청구 비용은 수십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승소 또는 합의가 이뤄질 경우 실제 보상비용과 이자비용 이외 일부 간접비까지 포함될 수 있다.
법조계는 BMW 디젤차 사태가 다수 보험사로 확대될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소송 과정에서 최종 판결 전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본승 법무법인 해온 대표변호사는 “다수 보험사가 BMW 차량 사고 관련 구상권 청구소송을 하고 있다”면서 “국내 보험사가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최종 승소한 사례가 없는 만큼 이번 소송도 결함을 밝히기보다는 합의 조정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송이 막판까지 진행될 경우 현재 드러난 결함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작사 이미지 훼손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사안이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