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에어컨 특수'와 함께 에어컨 설치와 사후관리(A/S) 대란이 발생했다. 소비자가 에어컨을 구매하더라도 설치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종과 지역에 따라 최대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에어컨 수리는 더 문제다. 에어컨을 연일 가동하면서 고장은 늘어나는데, 서비스 인력은 제한돼 평균 1주일 이상 수리가 지연된다.
2일 서울 영등포구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에어컨 수리 예약을 신청하면 가장 가까운 수리시점은 이달 8일이다. 같은 지역에서 LG전자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에어컨 수리를 신청하면 11일부터 수리가 가능하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도 지역의 경우도 가장 빠른 수리시점까지 1주일 이상 걸린다. AS 서비스가 지연되는 이유는 현장 서비스 인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A/S와 설치 수요는 특정 시점에 몰리기 때문에 인력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라면서 “에어컨 설치와 수리는 전문 교육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인원 충원도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는 본사 직속 서비스 인력과 지역별 개인사업자를 현장 인력으로 투입한다. 서비스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유통업계도 현장 서비스 인력을 운영하지만 이들은 유통점 인근 지역업체 인력으로 구성한다.
가전업계 한 임원은 “2인 1조가 돼 투인원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세 가구에 불과하다”면서 “인력을 크게 늘렸지만 에어컨 수요 폭증에 한계가 있고, 이렇게 주문이 몰리는 시기에는 신규 설치가 우선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설치 동선에서 동떨어진 A/S 고객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제한적이지만 52시간 근로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장 인력은 보통 300인 이하 자회사 소속이거나 지역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52시간 근로제와는 무관하다”면서도 “다만 생산라인 근로자나 본사 소속 서비스 인력에는 작업량이 많더라도 무조건 52시간 근로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