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임상시험 국가 한국, '외산' 장악..정부 육성 의지는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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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전경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임상시험 수행 국가다. 그러나 임상시험 시장 70%는 외산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정부가 외산 편중 개선을 위해 업체 육성을 약속했지만 1년이 되도록 후속 조치는 전무한 상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세계 임상시험 프로토콜 점유율이 3.5%로 6위를 기록했다. 도시별로는 서울이 세계 1위다. 세계 수준 임상시험 시장을 갖추고 있지만 이렇다 할 국산 임상시험수탁(CRO) 기업은 없는 실정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CRO 시장은 3772억원이다. 2014년부터 연평균 12.5% 성장세를 보여 왔다. 2016년 기준 외산 CRO 매출은 총 2604억원으로, 국내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는 것은 외산 CRO다. 전년 대비 21.3% 성장했다. 전체 시장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 CRO는 전년 대비 0.4% 줄어든 1167억원에 그쳤다.

국산 CRO 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9월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매출 500억원대 국산 CRO 세 곳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국산 신약 개발 △일자리 창출 △글로벌 기술 이전 △사회 문제 해결 등을 담았다. 신약, 의료기기 개발 열쇠인 임상시험 역량을 확보하고 외산 중심 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전략을 발표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시행된 정책은 없다. 보건복지부가 CRO 육성을 위해 마련한 신규 정책이나 지원 과제가 전무한 실정이다. 올해 초 '스마트 임상시험 핵심 플랫폼' 구축 사업이 개시됐지만 전반에 걸친 임상시험 역량 확보가 목적이다. CRO 기업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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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RO 시장 전망

국산 CRO 기업 지원은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복지부 위탁을 받아 이뤄진다. CRO 인증제 △인턴십 지원 △글로벌 신약 개발 참여 지원이 대표 사업이다. 연간 투입되는 예산은 6억원 정도로, 국산 CRO 육성 사업으로 투입되는 예산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략 발표 후에도 변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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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RO 시장 기업별 매출 현황

CRO 시장 외산 고착화가 심화되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등 매출 500억원 국산CRO 기업 육성 계획 자체가 '홍보성 구호'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산 CRO 기업 수는 27개다. 매출 100억원이 넘는 기업은 두 곳이다. 매출 1위 LSK글로벌파마서비스조차 매출이 200억원인 것을 감안할 때 7년 뒤 두 배 이상 성장시켜야 한다. 정부 육성 의지가 보이지 않고 외산업체 점유율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무 부처 담당자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약 산업 발전 전략 일환으로 국산 CRO 지원 과제가 일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면서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 이후 새롭게 진행되는 과제는 확인할 수 없다. 한국임상시험생산본부에 문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CRO업계 관계자는 “외산 CRO 점유율이 커질수록 임상시험 주도권은 외국에 빼앗길 공산이 크다. 장기로는 외국에 국내 임상데이터를 내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국산 CRO 역량과 신뢰성을 제고할 방안과 정부 주도 신약 개발에는 국산 CRO를 우선 이용하는 등 강력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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