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토종 통신 기술로 세계 제패를 꿈꾼 와이브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KT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와이브로 주파수 이용 기간 만료를 앞두고 9월 30일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30일 밝혔다. 2006년 KT와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 12년 만이다.
와이브로 최고 속도(다운로드)는 40Mbps로, 당시 3세대(3G) 이동통신 14.4Mbps 대비 약 3배 빨랐다.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속도가 느린 2G 및 3G 대비 차별점이 분명했다.
가입자도 빠르게 늘었다. 상용화 첫해 1400여명에 그쳤으나 2008년 16만여명, 2010년 45만여명으로 급증했다. 2012년에는 100만명(104만명)을 넘어서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해외 반응도 좋았다. 2005년 와이브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 2006년에는 미국 스프린트, 일본 KDDI 등이 도입했다. 와이브로는 롱텀에벌루션(LTE)·5G 기술 근간인 직교주파수 분할다중접속 기술과 시분할 송수신 기술을 선제 사용, 국내 제조사 LTE·5G 기술 개발에도 일조했다.
그러나 LTE 등 기술 진화와 급격한 대체 서비스 성장, 단말·장비 생산 중단과 서비스 가입자 하락 등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올 1월 와이브로 가입자는 33만여명으로 급감했다. 7월 현재 KT 와이브로 가입자는 5만여명에 불과하다.
KT는 기존 이용자 전환을 지원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브로 단말(에그) 이용 고객을 어떠한 추가 부담 없이 LTE 에그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이용료가 동일하고 단말 구입, 위약금 부담이 전혀 없다. 서비스 종료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제19조에 따라 이용자 보호 조치를 점검해야 한다”면서 “서비스 종료 승인은 점검 결과가 나와야 안다”고 말했다.
와이브로 주파수 2.3㎓ 대역 100㎒ 폭은 내년 3월 할당 기간이 종료된다. 주파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5G 활용도가 높다는 견해가 이통사와 전문가 사이에 많다. 제4 이통사가 진입한다면 신규 사업자용 주파수로 이용할 수도 있다.
KT는 “계획대로 와이브로 서비스가 종료되면 5G로 진화하는 글로벌 통신 환경에 대응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와이브로 역사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