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국내 시장 입지가 위태롭다. 엔진 결함으로 대규모 조기 리콜 시행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결함이 소비자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사태 보다 큰 파장을 몰고 올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강원 원주 중앙고속도로를 주행하던 BMW '520d' 차량이 전소됐다. 리콜 계획 발표 이후에도 520d 차량에 비슷한 화재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앞서 경기 성남, 경북 영주 등에서도 비슷한 화재 사례가 20여 건 잇달아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와 BMW는 엔진에 장착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BMW는 화재 원인이 100% 밝혀지지 않았지만, 26일 과감히 조기 리콜을 결정했다. 소비자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사태가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이다.
리콜 대상 차량은 520d와 320d 등 총 42개 차종 10만6317대에 달한다. BMW가 국토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서에 따르면 27일부터 해당 차량 전체에 대해 긴급 안전진단을 하고, 다음 달 중순부터 EGR 모듈 개선품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BMW는 진단장비가 확보된 코오롱 성산 등 4개 서비스센터에서 우선 실시하고, 31일부터 전국 61개 서비스센터에서 본격 진단을 시행할 계획이다.
보상안도 발표했다. BMW 화재로 차량이 소실된 고객에게는 시장 가치로 100% 현금 보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도 해당 고객에게 편지를 보내 사과의 뜻을 전했다.
회사측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BMW 화재와 관련한 첫 집단소송 사례다. 이날 BMW 차주 4명은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사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화재 부담으로 차량 이용에 제약이 발생해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용이익 침해에 따른 손해와 위자료를 합산해 손해액으로 각 500만원을 청구했다”면서 “앞으로 감정 결과 등에 따라 손해액을 확대해 청구할 계획이며, 소송 참여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직접 화재를 경험한 차주 1명은 BMW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차주는 “BMW코리아가 보험을 통해 보상받은 경우,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신적 충격 등을 포함해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업계에선 리콜 악재가 장기화될 경우 BMW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BMW코리아는 올 하반기 X2·X4·X5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품군 3종을 포함해 6종 이상의 신차 출시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펼칠 계획이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소장이 접수될 경우 절차에 따라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소송과 별개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른 시일 내 리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