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외치던 금감원 되려 그림자규제 논란…他생보사,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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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이사회가 최근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일괄구제 권고에 사실상 '반기'를 든 가운데 감독당국의 '그림자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림자규제 철폐를 외쳤던 금감원이 되려 금융사를 과도하게 압박했다는 이유. 그림자 규제는 법령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행정지도와 창구지도 등에 의해 금융사가 부담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액의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나머지 생보사들은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액 일괄지급을 놓고 논의를 진행한 결과, 이사진 반대로 일괄구제안을 부결시켰다.

법적 근거가 없는 일괄구제를 시행할 경우 배임 소지가 커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일부에 대해선 지급을 하되 나머지 건에 대해선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생명이 일괄구제에 대해 사실상 법적 쟁점을 검토하면서 금감원이 무리한 행정권고를 내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업계는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사업비와 위험보장료를 떼는 보험상품 특성을 간과했을 뿐 아니라, 민원 1건에 대한 결정을 16만명에 한꺼번에 적용하는 데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림자규제란 말 그대로 암묵적으로 수면 아래서 강요하는 것을 말하지만, 이번 즉시연금 일괄구제는 그림자규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것”이라며 “암묵적인 강요를 철폐한다는 금감원이 그림자규제를 명문화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최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즉시연금 일괄구제가 법적 근거가 없는 그림자 규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즉시연금, 암보험 등은 소비자 보호 이슈와 관련, 금융회사와의 관계에서 정보도 비대칭적이고 힘도 약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감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사실상 업계를 압박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사실상 삼성생명이 '반기'를 들면서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1건에 사례가 모든 건과 동일할 수 없다는 주장을 업계가 예전부터 해왔다”며 “삼성생명 이사회가 일부 지급, 법적 검토를 선언하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같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가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 때도 금감원이 보험사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권고했지만, 업계가 이를 거절했던 전례가 있었다. 당시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징계까지 받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즉시연금 일괄구제 논란은 과거 자살보험금 사태와 상당히 유사한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최근 종합검사제를 부활시킨다고 밝힌 것이 사실상 업계를 대놓고 압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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