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내 최초 치즈 수출 중소기업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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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리젠 제1 공장 전경.(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강원도 원주시 문막 톨게이트를 지나 논과 강으로 둘러싸인 도로를 20분간 더 달렸다. 차량이 도착한 곳은 우유와 치즈, 아이스크림과 같은 유제품을 제조하는 데어리젠(대표 고영웅) 공장이다.

1999년 설립된 데어리젠은 국내 최초 치즈 수출을 앞두고 있다. 중국업체 두 곳과 손잡았다. 내달 아시아 최대 유제품 업체 이리유업에 5년간 1000억원 상당 치즈를 공급한다. 손으로 찢어먹을 수 있는 스트링치즈가 중국 전역에 판매된다.

물상그룹 자회사 베니피큐라와도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3년간 350억원 규모 치즈를 수출한다. 스트링치즈에 더해 크림치즈까지 판다. 크림치즈는 원재료에 따라 까망베르와 에멘탈로 나뉜다. 개당 가격은 1400원이다. 국내보다 먼저 중국에 선보인다.

이 같은 성과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차별화된 제품력이 맞물려 이뤄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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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단지 바나나우유 생산 라인.(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첫 수출이라는 훈장을 달고 중국에 나갈 국산 치즈를 보기 위해 26일 오전 데어리젠 생산 제1 공장을 찾았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쉽사리 내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위생 문제 때문이다. 전체 세 가지 공간 중 허락된 곳은 포장을 담당하는 일반실이 유일했다.

그마저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신발 바닥에 덮개를 씌운 뒤 가운을 입었다. 위생캡을 쓰고 분무기에 담긴 소독약을 온몸에 뿌리고서야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맛단지 바나나우유'였다. 늘어선컨베이어 벨트 위에 한 줄로 줄지어 있었다. 일정 구간을 통과하자 용기 겉면에 포장지가 자동으로 붙었다.

이후로도 컨베이어 벨트는 쉼없이 돌아갔다. 맛단지 바나나우유를 하루 3만개씩 생산해낼 수 있는 속도다. 전체 6개 라인을 풀가동하면 9만병이 만들어진다. 마지막 구간에 다다르자 유니폼을 맞춰 입은 직원이 박스에 우유를 담기 시작했다.

직원은 드문드문 보였다. 어림잡아 대여섯명이 전부다. 자동화 장비가 공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불량 용기를 걸러내는 작업도 자동화 시스템 몫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해 자동화 설비 역할이 중요하다”며 “덕분에 공간 효율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개 라인이 10억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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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웅 데어리젠 대표.(사진=이노비즈협회 제공)

데어리젠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우유, 요구르트, 치즈를 취급하는 업체 대부분과 거래를 텄다. 서울우유, 도미노피자, 피자헛, 맥도널드, GS25, 이마트 등이 포함됐다. 직원 수는 2008년 60명에서 현재 180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380억원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제3 공장을 세운다. 신제품 출시와 판로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매출은 4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메가3 우유를 개발했다.

다만 우려도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우유 판매가 줄었다. 회사 매출 중 우유가 55%, 치즈가 30%, 요구르트가 10%를 책임진다. 중국 사업이 추가되면서 인력 채용이 시급하지만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고영웅 데어리젠 대표는 “물건 하나 값에 두 개를 주는 대기업 원 플러스 원 마케팅 전략 탓에 제품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중소기업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며 “백화점, 대형마트 매대에서도 밀려나 판로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한 치즈여서 유럽, 미국 공략은 당분간 어렵겠지만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해외로 사업 영역을 계속 넓혀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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