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대표 산업은 반도체다.
'반도체 코리아' 위상은 자랑스럽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임에도 50%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620억달러, 무역흑자도 408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반도체는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수출 가운데 58%나 차지했다. 국가 전 산업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상반기 반도체 무역 수지 흑자는 408억달러로 ICT(552억달러) 부문 가운데 74%나 된다. 반도체 단일 품목 흑자 규모가 전체 무역 수지 흑자(325억달러)보다 크다. 반도체 흑자를 제외할 경우 우리나라 무역 수지는 상반기에 적자였다는 의미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 반도체도 언젠가 산업 사이클로 볼 때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경쟁자 도전도 중국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고도화와 함께 호황이 끝났을 때 나타날 후폭풍에도 대비해야 한다. '포스트 반도체' 발굴은 개별 기업 영역을 넘어 국가 산업 전체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나친 쏠림은 우려된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이 있다. 지난달 열린 러시아 월드컵 때도 스타플레이어 한 명이 집중 마크를 받으면서 고전하는 축구팀을 목도했다. 산업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미래 먹거리 발굴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안정된다.
반도체를 이을 새 성장 동력 찾기에 정부와 기업이 모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성적표에 만족하며 혁신 속도를 늦추거나 새 시도를 줄여서는 안 된다.
최근 우리 정부 정책이나 기업 대응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있다. 정부 경제 정책 중심이 성장보다 분배 쪽에 과몰입돼 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주 52시간 근무제나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에만 매몰된 가운데 국가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는 소홀하다는 느낌이 든다.
주요 대기업은 당국이 기업체 잘못 찾기에 혈안이 됐다고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나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길 기대하기에는 무리다. 국민 사이에서도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손을 놓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체도 좀 더 치밀한 성장 동력 발굴 전략 마련이 미흡해 보인다. 타깃을 찾지 못해 사내 곳간에 유보금만 쌓고 있는 일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뒤를 이을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인공지능(AI), 미래형 자동차, 자동차전장, 스마트시티, 사물인터넷(IoT), 로봇, 블록체인, 핀테크 등을 꼽는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떠오른 산업군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강한 지는 자신할 수 없다. 트렌드는 따라가는 것 같은데 앞서가는 모습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대기업이 모두 뛰어든 분야이다 보니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 기업은 특유의 배타성으로 외부와 협력하는 데 인색한 편이다.
아직까지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로 구체화돼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위기지만 아직도 기회는 열려 있는 셈이다. 남보다 먼저 새로운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실제 '부가 가치'를 만들려면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 산업에서 후보군이 될 구슬은 주변에 많이 흩어져 있다. 우리 기업이 이를 잘 꿰어서 보배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