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가 드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드론 제조사부터 서비스 운용업체까지 협력을 확대하며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드론은 5세대(5G) 통신 활용도를 높이는 혁신기술로 각광 받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한 데다 산업·공공 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아 포기할 수 없는 격전지로 부상했다.
◇물류, 재난, 영상까지…이통사 '드론 러시' 이어져
이통사가 올해 뛰어든 드론사업 영역은 다양하다. 고화질 영상 송신을 기반으로 배송, 시설점검, 재난구조 등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 DJI와 손잡고 드론 이동통신망 기반 드론 영상 관제 제품·솔루션 공동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드론을 통한 실시간 고화질 영상 전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DJI 드론 조종 애플리케이션 'DJI 고'와 SK텔레콤 스트리밍 앱 'T라이브 캐스터 스마트' 기능 통합도 논의한다. SK텔레콤 영상수신·관제 서버 솔루션 'T 라이브 스튜디오'와 DJI 드론 관제 솔루션 'DJI 플라이트 허브' 기능 통합과 고도화 방안도 검토한다.
KT도 지난달 말 재난 발생 시 신속히 파악해 대응하는 무인 비행선 '스카이십' 플랫폼을 공개했다. 스카이십에서 실시간 휴대폰 신호 메시지로 반경 50m 이내 조난자 유무를 파악하면 드론이 출동해 조난자 상세 위치를 파악한다. 지상에서 로봇이 구조대원이 도착하기 전 비상구호물품을 조난자에게 전달한다. 경기도 화성시와 드론을 활용한 안전 관제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CCTV가 없는 우범 지역을 드론으로 감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LG유플러스는 3월 정관 사업목적에 드론사업을 추가하며 드론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11월 LTE 통신망을 이용해 드론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유플러스 스마트 드론 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달 한화정밀기계, 피스퀘어 등 사업자와 손잡고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드론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에도 참여한다. 드론으로 사회기반시설을 정밀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격오지와 도심 옥상 간 물품 배송 시스템도 개발한다. 국토부 드론 비가시권 특별비행 자격을 획득, 실종자 수색 드론비행 상용화도 추진한다.
◇5G 활용도 높이는 드론 플랫폼 선점 경쟁 치열
이통사가 드론사업을 늘려나가는 이유는 드론이 5G 통신기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혁신 기술이기 때문이다. 드론은 자율비행, 자동 업무수행, 군집 드론 제어를 목표로 발전하고 있다. 드론업계에서는 인텔이 성공한 군집드론 비행을 국내 대학이 도전해 성과를 내지 못한 주요 이유로 인텔과 달리 주파수를 대여 받지 못한 점을 꼽는다. 그만큼 향후 군집드론 자동제어, 인공지능(AI)과 접목 시 통신 인프라 지원은 필수다.
가장 상업화가 빨리 진행된 드론 촬영 분야만 해도 점점 고도화된 통신 인프라를 요구하고 있다. 드론 촬영은 이번 러시아월드컵 예선 중계, 국내 프로야구 올스타전 중계 등 다양한 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요구되는 화질도 UHD급으로 점점 높아지고 실시간 생중계 수요도 늘고 있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장은 “드론은 인간이 근거리에서 조종하는 기술에서 원거리 관제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아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서울에서 제주도에 있는 드론을 다수 운용하는 등 기술 고도화를 위해서는 5G 통신 안정화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드론은 스마트폰 이후 자동차, 로봇과 함께 새로운 통신 기반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소비자향 플랫폼이라면 드론은 로봇과 함께 공공 서비스와 산업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은 농업을 필두로 물류, 제조, 유지보수, 감시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임베디드 SIM(eSIM)이 내장된 드론은 2022년 전체 드론 가운데 1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원격 식별, 비행경로 추적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드론이 사물인터넷(IoT) 기기로서 수많은 다른 기기와 연결되는 만큼 이통사가 드론사업 투자를 미룰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통사뿐 아니라 DJI 같은 드론 제조사, 인터넷기업 등 다양한 사업자와 무게 중심을 가져오기 위한 경쟁도 벌어질 전망이다. 세계 이동통신업계는 스마트폰 플랫폼에선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기업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로봇과 드론 등 새로운 플랫폼에는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박 회장은 “구글은 최근까지 드론을 통해 통신 인프라까지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다 최근 포기했다”면서 “드론 관련 통신 기술 고도화는 글로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