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망 이용대가 '수익자 부담 원칙' 적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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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업자 망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방송통신·인터넷 시장 전체가 '수탈된 대지'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대두된다.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가 망 이용대가, 세금 등 최소한의 기여 없이 국내 시장에서 무차별 세력을 키우는 현상을 수탈된 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지만 수익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망 투자비용, 수익자가 부담해야

미국 망 중립성 원칙 폐기는 망 투자비용 분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한다. 낙후한 인터넷망 구축과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비용을 즉 CP가 분담하도록 망 중립성을 완화, 통신사(ISP) 부담을 줄이려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망 투자비용을 이용자 요금과 CP망 이용대가로 회수한다. 이용자 부담률 99%로 이용자에게 부담이 쏠리지만 CP 역시 망 투자비용을 분담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는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인 글로벌 CP다. 이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해 망 투자비용을 발생시키지만 분담률은 제로(0)에 가깝다.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 CP, 글로벌 CP 3자 가운데 유독 글로벌 CP만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심지어 글로벌 CP는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망 이용대가를 의미하는 '인터넷 전용회선' 매출액은 2011년 5705억원을 최고로 2016년 4396억원까지 줄었다.

일각 주장과 달리 망 이용대가가 오르기는커녕 해마다 감소했다. 통계에는 은행전산망, PC방까지 모두 포함된 것이어서 실제 CP가 내는 금액은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 이용대가가 연간 2000억원도 안 된다는 뜻이다.

글로벌 CP가 분담하지 않는 망 투자비용은 누군가는 내야 한다. 통신사는 유무선 인터넷망 신설과 유지보수에 연평균 5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많을 때는 8조원을 투입한다. 통신사 투자비용은 고스란히 이용자 요금 부담으로 전가된다. 국내 이용자가 글로벌 CP를 지원하는 형국이다.

통신사는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를 적절히 부담하면 이용자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망 중립성 족쇄에 묶인 통신사는 글로벌 CP가 막대한 트래픽을 무임승차해도 이를 관리하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한다. '기계적 망 중립성'이 가져온 폐단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반론은 글로벌 CP가 국제회선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한국 부근까지 콘텐츠를 끌어오는 비용을 글로벌 CP가 지불, 국내 ISP가 비용을 아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ISP도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국내 유통 비용은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다. 아시아 시장 전체를 겨냥해 국제회선을 운용하기 때문에 단가는 낮은 반면, 국내 수익은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이 망 이용대가 협상을 하고 유튜브도 잠재적 협상 대상이지만 어느 한 사업자도 적절한 대가를 내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해외 자동차 업체가 차를 부산항까지 싣고 온다면 비용을 인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국내 유통을 무료로 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역차별 없애야”

망 이용대가는 CP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동영상이 고화질일수록 트래픽이 증가하고, 이는 망 이용대가 증가로 이어진다. 망 이용대가는 '원가'나 마찬가지다. 아프리카TV는 연매출의 20%가량을 망 이용대가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 이용대가 부담이 적은 글로벌 CP는 갈수록 고화질 동영상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일반 영상 화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가상현실(VR), 초고화질(UHD) 등 고화질·대용량 영상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동영상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무선 트래픽이 급증하고, 시장을 글로벌 CP가 장악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5월 기준 모바일 동영상 이용시간 점유율은 유튜브가 202억분(73%)으로, 국내 사업자를 압도했다. 국내 모바일 트래픽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유튜브가 합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페이스북 사용시간은 월 66억분으로 국내 모든 SNS 사용시간(59억분)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페이스북 전례…이용자보호 의무 강화해야

글로벌 CP가 망 중립성 보호 대상이 아니며 ISP 힘을 넘어 망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페이스북 사태가 잘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갈등이 벌어지자 일부 통신사 접속경로를 변경, 접속속도가 느려지는 등 이용자 피해를 유발했다.

접속속도가 평소보다 2~4배 느려진 것이 이용자 피해에 해당하는지는 법원 판결에 달렸지만 ISP가 아닌 CP가 망 품질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명백하다.

망 관리 권한을 쥐고 망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ISP가 유일하다고 상정하고 만든 망 중립성 원칙이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통신 전문가는 글로벌 CP '이용자보호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사태에서 보듯 글로벌 CP가 ISP와 무관하게 망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이용자가 본다.

이용자를 볼모로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행위에는 엄격한 규제를 요구했다.

글로벌 CP는 망 이용대가 협상이 불리해지면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전해졌다. 접속속도가 느려지면 이용자 민원이 통신사로 몰린다는 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기준을 마련,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에 대해서는 합리적 차원의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서는 망 중립성 원칙을 손질해야 하는 만큼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ISP와 CP 간 변화된 힘의 균형을 반영해 전기통신사업법 체계를 중장기 관점에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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