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의장은 4차 산업혁명이 명확히 '무엇이다'라고 정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3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경험을 통해 정의한 산업이지만 4차 산업혁명은 앞으로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3차 산업혁명 시대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류가 그 시대를 이끄는 기술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 산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 가운데 하나임에도 1~3차 산업혁명에서 타 산업에 비해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본질을 이해한다면 금융은 변화와 혁신의 중심 분야 가운데 하나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전혀 망설임 없이 “데이터”라고 답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대표 기술인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이 바로 데이터 중심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필자는 '데이터 기반의 초연결사회'라고 정의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확대, 사물인터넷(IoT)과 5세대 이동통신(5G)을 필두로 한 정보기술(IT) 패러다임 변화는 데이터 중심의 초연결사회를 현실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돼 '공유(Open)'하고, '상호작용(Interactive)'을 통해 똑똑해지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 산업 변화 사례는 오픈뱅킹 개념으로 유럽연합(EU)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EU는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를 시행했다. PSD2 핵심은 고객이 동의하면 은행은 타 산업군에 금융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소유의 개념을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EU 각 은행은 데이터 공유를 위해 오픈된 표준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오픈API) 기술을 구축했거나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융 당국 중심으로 최근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에 따르면 스크레이핑 방식(스크린 스크레이핑:고객이 핀테크 업체 등에 본인 정보 접근에 동의한 경우 핀테크 업체가 정보 조회 서비스에 필요한 고객 정보를 금융기관으로부터 가져오는 형태)의 보안 상 취약성을 지적하면서 각종 금융 데이터 공유를 보안이 강화된 오픈API 방식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또 은행별 독자 API 및 은행 공동 API 둘 다 활성화를 통해서 핀테크 업체 등이 금융 데이터를 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금융 트렌드 변화는 국내 금융업계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새로운 대응 전략을 세워 나가야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이제 국내 금융업계도 지속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아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퍼스트무버로의 도전이 필요할 때다.
주재승 NH농협은행 디지털뱅킹부문 부행장 rokmc9@nonghyup.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