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연비'는 자동차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자동차 업체들은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엔진 효율성 강화, 다단 변속기 도입, 차체 경량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에서 인기를 얻던 '디젤 엔진'이 글로벌 전역에서 선호가 높아진 것도 높은 연비 덕분이다. 하지만 배출가스,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까지 고려하게 되면서 소비자 선택은 '하이브리드'로 옮겨가고 있다.
초창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은 오로지 높은 연비만을 위해 제작됐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성능도 부족해서 엔진 출력을 최대한 제한하고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세팅에 주력했다. 하지만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주행 성능과 연비를 함께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개발(R&D)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10여년이 지나면서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잘 달리면서 연료도 덜 먹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양산됐다. 혼다가 최근 국내에 내놓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대표적인 잘 달리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최근 어코드 하이브리드 투어링 모델을 타고 경기도 가평 '마이다스 호텔&리조트'에서 춘천을 다녀오는 왕복 120㎞ 구간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 구간은 일반 도로, 곡선 도로(와인딩 구간)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때문에 실주행 연비와 곡선 구간에서 주행성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전면부는 10세대 어코드 내연기관 모델과 거의 같았다. 일부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을 사용해 차별성을 내세웠다. 전면에는 헤드램프 블루 리플렉터와 안개등 크롬 데코레이션을 적용했다. 혼다의 차세대 시그니처 페이스인 '솔리드 윙' 디자인 프런트 그릴이 적용됐다. 필러로부터 노즈로 연결되는 매끈하고 강인한 보닛 디자인에 넓어진 전폭이 주는 안정감이 더해졌다.
측면부는 날렵한 루프라인과 볼륨감 있는 매끈한 바디를 적용해 한층 다이내믹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자랑했다. 이전 모델 대비 더 낮아진 전고와 길어진 휠베이스로 더욱 안정적이면서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을 완성했다. 후면부에는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해 루프에서 바디까지 매끈하고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라인을 완성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전용 알로이휠, 엠블럼, 리어 콤비네이션 블루 렌즈, 하이브리드 전용 리어 범퍼 디자인이 적용됐다.
실내 공간은 넉넉해졌다. 특히 배터리 때문에 뒷좌석과 트렁크가 좁아지는 단점도 패키징 기술 향상으로 극복했다. 기존 트렁크에 위치해 있던 하이브리드 배터리 위치를 2열 시트 하부로 변경해 동급 최대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배터리 위치 변경을 통해 기존 대비 적재공간이 49ℓ 늘어났고, 2열 시트 폴딩까지 가능해져 뛰어난 사용편의성을 자랑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계기반과 디스플레이 오디오에 하이브리드 전용 그래픽이 적용돼 운전자가 한눈에 차량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계기반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에는 트립과 연비 이력 등 각종 정보를 텍스트와 애니메이션으로 직관적으로 표현해 주행 중에도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 오디오에는 차량의 에너지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에너지관리흐름도를 적용해 사용성을 높였다.
인테리어도 '직선'을 활용한 가로배치 형식으로 구성돼 더욱 넓은 느낌을 줬다. 인체공학적인 입체 디자인을 적용해 고급감과 편안함을 제공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어봉이 사라지고 버튼식 기어가 자리 잡은 점이었다. 덕분에 1열은 여유 공간이 더욱 많아졌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 상단에는 8인치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가 설치됐다.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뿐만 아니라 애플 '카플레이'가 구동돼 사용자 편의를 높였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새롭게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에 2개 전기 모터가 탑재된 'e-CVT',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성된 '3세대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직렬 4기통 앳킨슨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7.8㎏·m, 모터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2.1㎏·m의 성능으로 시스템 합산 215마력의 힘을 낸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8.9㎞/ℓ를 제공한다.
어코드는 고속도로에서 부드러우면서 날쌘 주행이 가능했다. 저속구간에서는 구동용 전기모터가 빠른 응답성을 보였다. 출발 직후부터 최고출력과 토크를 발휘해 시원한 가속이 가능했다. 액셀레이터 조작과 도로 환경에 따라서 시속 80~90㎞에서도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었다. 시속 100㎞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에서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구동했다. 다만 엔진만으로 주행할 때는 출력 면에서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곡선 구간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조향감과 편의성이 한층 더 강화된 '듀얼 피니언 EPS(Electric Power Steering)'시스템이 적용돼 민첩하고 직관적으로 움직였다. 여기에 새로운 구조의 서스펜션과 노면 감쇠력을 조정하는 '액티브 콘트롤 댐퍼 시스템'까지 적용돼 높은 수준의 승차감을 제공했다.
이번 시승을 마치고 얻은 최종 연비는 17㎞/ℓ였다. 공인 연비보다 낮았지만, 다소 가혹한 주행을 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연비였다.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EX-L 4240만원, 투어링 4540만원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