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동차사고 시 내 잘못이 아닌데도 억울하게 8대 2, 9대 1 등 쌍방과실을 적용하던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현행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산정에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이와 같은 내용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산정방법 및 분쟁조정 개선'안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우선 금융당국은 일방과실 적용 범위를 확대해 가해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사고 때 피해자가 예측·회피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해선 가해자 일방과실(10대 0)로 하는 과실적용 도표를 신설·확대하기로 했다.
과실비율은 자동차사고 원인 및 손해에 대한 사고 운전자들의 책임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험사가 손해보험협회의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따라 책정한다.
하지만 그동안 과실비율 인정기준은 법리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돼 일방적인 상식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보험사가 일방과실(10대 0) 사고를 보험료 수입 증대(보험료 할증)를 위해 쌍방과실(8대 2)로 처리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있었다.
교차로 내 직진차로에 있던 가해차량이 갑자기 좌회전해 발생한 추돌사고로 피해차량은 사고 회피가능성이 없었음에도 보험사에서 쌍방과실로 안내하는 등의 실제 사례도 있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앞으로 이와 같은 사고에 대해 가해 차량 일방과실을 적용하기로 했다. 운전자들이 통상적으로 직진차로에서 좌회전할 것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뒤따라오는 차량의 움직임을 미리 알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과실비율 인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다만 피해자 차량이 진로양보 의무를 위반해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엔 일부 피해자 과실도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교통 환경, 법원 판례 등에 부합하도록 과실비율 인정기준 도표를 정비해 신설하기로 했다. 자전거 전용도로(차로), 회전교차로 등에서 발생한 자동차사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예로 현재 자동차가 진로변경 중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서 자전거와 추돌사고를 내면 자전거에도 10%의 과실비율을 부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동차 일방과실로 처리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이런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심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자문위원회에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다.
또 동일 보험사 가입자 간 사고도 손보협회 내 분쟁조정기구를 통해 객관적 시각에서 분쟁조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고, 50만원 미만의 소액 사고 및 자차담보 미가입 차량의 사고도 분쟁조정이 가능하도록 해 소비자의 소송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조한선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팀장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과실비율 인정기준 개정해 사고 원인자에 대한 책임성을 보다 강화하고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앞으론 모든 자동차 간 교통사고에 대해 과실비율 분쟁조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