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신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국가환경정보센터 연구원은 1949년부터 2016년 사이에 세계에서 발생한 태풍과 사이클론, 허리케인 등 열대성 저기압 7585건 관측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 코신이 6월 6일자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태풍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는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라 예상되는 곳으로 한반도 지역을 지목한다.
◇태풍 이동속도 둔화가 피해를 키워
태풍은 강한 바람과 비구름을 동반하는 거대한 공기 덩어리다. 수온이 26~27도 이상인 바다 위에서는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상승·응결하며 잠열을 방출해 강력한 상승 기류가 형성되기 쉽다. 이렇게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 지역에 따라 허리케인, 사이클론, 태풍 등으로 불린다. 태풍은 북태평양 남서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을 가리킨다.
연구자들은 열대성 저기압과 해양 온도 관계에 주목해왔다. 2008년 9월 제임스 코신 등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열대성 저기압이 실제로 점점 강해졌으며 해양 온도 상승이 그러한 경향을 이끌었음을 지적한다. 이 연구는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전환될 에너지가 증가한다는 히트 엔진 이론(heat-engine theory)을 지지한다.
이번에 코신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지구 온난화가 태풍 피해에 미치는 또 다른 측면에 주목한다. 바로 열대성 저기압 이동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적도와 극지 사이 에너지 차이가 줄어들었다. 두 지역 에너지 차이가 줄어들면 두 지역 기압 차도 줄어들고 이에 따라 바람 세기도 줄어든다. 지구 온난화가 태풍 진행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구 평균 기온이 0.5도 높아지면 태풍을 비롯한 열대성 저기압 이동 속도가 10% 정도 감소한다고 추정한다. 지난 68년 동안 열대성 저기압 이동 속도는 약 10% 정도 느려졌으며,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태풍 이동 속도는 20% 정도 느려졌다고 연구 결과는 밝혔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려졌다면 바람도 약해질 것이니 태풍 피해도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태풍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 강풍의 피해는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대기 중 수증기 양이 증가한다. 해양 온도가 1도 높아지면 습도는 7% 올라간다. 수증기 양이 증가하는데 태풍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 태풍이 특정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강풍 피해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집중 폭우 피해는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예상되는 태풍 피해를 줄이려면
우리는 예상되는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가. 재난 예측 체계와 대응 체계 측면에서 재해 재난 대비를 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재해 예측 및 방재 기술에 정부가 지속적인 R&D 투자를 해야 한다. 일본은 이학, 공학, 사회학 등 재난 방지를 위한 다학제간 연구에 약 1조1000억원을 투자하는데 이에 비하면 한국 방재 관련 연구비는 7분의 1에 머무는 수준이다.
재난 재해 분야에 관한 일반 예산 배분이나 행정 체계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재해 관리 업무를 대통령 직속 기관 연방재난관리청에서 총괄하며 특히 홍수 재해를 막기 위해 매년 30억달러 이상을 집행한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설계 빈도를 초과하는 집중호우 피해가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도심에 충분한 배수시설을 확보하고 방재시설 기준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글:김범용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