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실리콘밸리 '실리콘 펜'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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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영국 케임브리지 인공지능(AI)센터 개소식 모습

실리콘밸리가 인공지능(AI) 인재 확보를 위해 영국의 명문대인 케임브리지대학 인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구글이 적게는 수백만달러에 수억달러를 투자해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 세운 벤처회사를 연구 및 엔지니어링 허브로 만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는 이미 아마존의 드론 디자인 회사, 마이크로소프트의 AI전용 반도체 설계 회사,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인 시리 연구팀 등이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술 분야 기업과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케임브리지 네트워크에 따르면 케임브리지에는 약 4500개 이상의 첨단 기술기업이 7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사들인 영국의 반도체 회사 ARM의 임시 사무실과 삼성전자도 최근 150명의 연구원과 엔지니어 등이 일하는 AI연구소를 개소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세운 AI스타트업 딥마인드를 2014년 구글이 인수하기도 했다. 딥마인드는 현재 런던에 있으며 세계 최고 AI연구소로 꼽힌다.

뉴욕타임즈는 런던과 케임브리지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인수합병(M&A)이 유럽연합(EU)탈퇴를 앞둔 영국에 경제적 자극을 주면서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근처가 영국판 실리콘밸리를 가리키는 '실리콘 펜(Silicon Fen)'가 주목받으면서 이로 인한 빛과 그림자도 짙어졌다는 진단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미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마저 실리콘밸리에 흡수되거나 해외 대기업을 다니는 종사자들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계속된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일부 전문가는 유럽 연구소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거대 기술회사와 대학 간 인재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한편에서는 해외 대기업의 인수가 창업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긍정적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해외 기업의 투자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 국내 AI인재들이 해외 기업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작년에 영국 정부는 런던에 기반을 둔 AI 스타트업인 베네볼렌트(Benevolent)AI의 최고경영자인 제롬 페렌티와 데임 웬디 홀 사우스햄튼대 교수에게 영국의 AI산업을 조망할 수 있는 보고서를 의뢰했다. 보고서 공개 후 얼마 뒤 제롬 페렌티는 페이스북으로 옮겼고, 현재 AI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는 고급 인재 유출의 단적인 사례다.

보고서는 정부에 대학 재정 지원을 늘릴 것을 요구했고, 정부는 200명의 AI분야 박사에게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20년까지 관련된 분야와 영국 전역의 수학, 디지털, 기술 교육에 총 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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