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이은 산업시설 시찰에서 낡은 생산 설비 등 공장 운영의 비효율성을 질타했다. 과학기술 활용 부족에 불만을 표하면서 공장 현대화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 달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 위원장이 신의주화학섬유공장과 신의주방직공장을 시찰했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 시찰 소식을 전할 때 산업 현장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지적사항을 그대로 보도해 이례적이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방문한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은 종이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2016년 제7차 당대회를 계기로 수립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에 따라 공장 현대화를 통해 증산하도록 돼 있는 곳이다.
김 위원장은 시험 생산한 종이를 보며 “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더 심화시켜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화 공사를 진행한다는 공장에서 보수도 하지 않은 마구간 같은 낡은 건물에 귀중한 설비를 들여놓고 시험생산을 하자고 하고 있다”며 현대화 작업에 불만도 표시했다.
신의주방직공장 시찰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첨단기술을 도입해 기술집약형 생산 구조로 전환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생산을 정상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재와 자금, 노력 타발(타박)만 하면서 과학기술사업에 응당한 관심을 돌리지 않아 설비와 기대들의 만가동(완전가동), 만부하(기계가 성능을 완전히 냄)를 보장하지 못하고 공장현대화 수준도 높지 못한 데 대하여 지적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앞서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의 평안북도 신도군과 인민군 제1524부대 시찰 소식을, 지난 1일에는 김 위원장의 신의주화장품공장 시찰 소식을 전했다. 그때 보도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김 위원장이 산업 시설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한은 2016년 노동당 제7차 당대회에서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내세우며 이 분야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위원장의 최근 산업 시찰 행보도 기술 강국 실현을 '선차적 과제'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북한은 경제, 교육은 물론이고 의료 분야에서도 과학기술에 기초한 발전을 시도하려 한다”며 “향후 남북 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면 북한 측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 분야 경협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