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정 칼럼]/ 스타트업 지원, 문제 정의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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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창업을 위한 시작은 아이디어 검증과 시장분석부터’

바야흐로 취직이 아니라 창직(創職)이 답이라며 젊은이들의 창업을 권하는 시대다. 평생직장은 옛말이고 기대수명까지 늘어나며 창업은 일생에 언젠가 한번은 어떤 형태로든 경험하는 일이 되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3년간 30조원을 조성해 혁신기업을 육성 하겠다 하고, 기술창업지원 예산만도 연간 7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비슷한 이름으로 각종 창업과 고용창출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년 이상 창업기업 생존률은 27.3%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문제의 발견과 아이디어의 검증에 있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매출이 아니라 가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즉 수익창출이 아니라 가치창출이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말하는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단계를 이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수익모델이 불분명해 보이는 기업이 대규모의 투자를 받아 성장하거나 인수 합병 되는 경우도 그들이 찾은 문제와 이를 해결해 나가려는 아이디어의 가치를 시장에서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함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여러 번의 실험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창업가들에게는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앞서, 내가 가진 아이디어가 진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고 있는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하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제 필요한 컨설팅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해 볼 때 여러 가지 형태의 창업지원 자금이 반가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가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 수준에서 몇 천 만원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 일부라도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 지 사업화 할 시장은 있는지 사전 검증 받고 이후 성공적인 수익 발생 과정과 엑싯(Exit)에 이르는 전주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일 뿐 제품화하여 시장에 나갈 시점에 처음 생각한 고객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생명인 스타트업에 기회비용만 발생시킴으로써 오히려 창업지원 자금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위한 밑거름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물론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실패가 의미 있는 실패일 경우만 그러하다. 문제를 발견하고 반드시 해결해 보고 싶은 아이템이 아니라 그저 창업자금이 지원되니까 ‘안 되면 말고’, ‘밑져봐야 본전’ 식의 마음가짐으로는 곤란하다.

무슨 일이든 몰입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실패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의 실패일 때에만 반성과 교훈이 다음 성장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의 니즈를 분석하여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나 IT기업 대표들이 이미 보유한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장을 찾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실 예로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지보수를 해온 기업이 택배분야 플랫폼을 시작 하고 싶다고 문의를 한 적이 있다. 물류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보유한 기술로만 접근하여 아이디어를 낸 경우이다.

만약 기술에만 집중해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였다면 시장도 불명확하고 필요 없이 무거운 기능의 스펙을 가진 솔루션이 탄생할 판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아이템 검증 단계에서 여러 물류시장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최종 배송(Last mile Delivery) 단계임을 발견하였고, 이를 겨냥해 최소기능을 갖춘 서비스 개발에 빠르게 착수하여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함은 물론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지역의 협업 업체를 물색 중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시장의 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아이디어의 발견 시점이 실패로 가는 시작점이 되지 않으려면 창업 지원 시 아이템 사업성 검증 부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다.

아인슈타인은 세상이 마지막 1시간에 달려 있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데, 나머지 5분을 답을 찾는데 쓰겠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행여 뒤처질세라 많은 이름으로 지원되는 창업자금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다. 피상적인 정책으로는 또 다시 개념을 놓치고 외형만 열심히 따라가는 모양새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자금의 수요처 중 대부분은 우리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생각 없이 열심히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실체 없는 신기루가 아니라, 오아시스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개념검증이 절실하다. 스타트업에게는 그것이 처음 아이디어를 검증해 볼 기회를 갖고, 실패하더라도 다음 시작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일이다.

필자소개 :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경영지도사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정평경영컨설팅 협동조합 대표 컨설턴트 평가위원(TIPA, KEIT, IITP, KOCCA)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백서 총괄위원(IITP)
前 에스제이나인 대표
前 현대투자신탁증권(現 한화투자신탁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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