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개선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척도다. 미세먼지 문제는 이미 전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고,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 대한 요구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
재료연구소(KIMS·소장 이정환)가 최근 미세먼지는 물론 곰팡이, 대장균 등 바이오 유해물질의 차단과 제거 효율을 크게 높인 신소재 필터를 개발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쓰여 온 첨단 소재기술을 환경·바이오 분야로 확대한 응용 기술이다.
이혜문·최동윤 KIMS 분말·세라믹연구본부 연구팀이 개발한 신소재 필터는 '환경정화용 전도성 알루미늄 섬유 필터'다. 일반 부직포 필터에 알루미늄 나노구조체를 코팅, 미세먼지와 바이오 유해물질을 동시에 높은 효율로 차단·제거한다. 기존 미세먼지 제거용 헤파(HEPA)필터에 비해 효율이 10배 이상 높다.
기존 헤파필터는 가는 섬유로 만들어 기공의 크기가 매우 작고 이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하지만 작은 기공으로 인해 공기 여과에 필요한 전력 소모량이 크고 소음, 진동 등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연구팀은 알루미늄 잉크와 코팅 공정기술을 새로운 환경 필터에 적용했다. 기존 폴리머 부직포 필터 표면에 알루미늄 나노구조체를 고르게 코팅해 전기전도성을 높인 부직포 섬유 필터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알루미늄 소재는 산화 특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에 잉크 소재로 만들거나 다른 물질의 표면에 코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알루미늄 전도성 섬유 필터는 인위적으로 필터 주변에 강한 전기장을 형성할 수 있다. 여과집진 원리인 필터섬유에서 입자의 충돌, 간섭, 확산 외에 미세먼지와 필터 사이의 전기적 인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기공 크기는 일반 부직포 필터와 비슷해 공기정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손실은 기존 헤파 필터 대비 10분의 1정도다. 송풍기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량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소음, 진동 문제도 동시에 해결했다.
필터에 코팅된 알루미늄 나노구조체 표면에는 약 3~10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산화 보호막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필터를 물이나 알코올 등으로 세척, 건조해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 실험 결과, 미세먼지 차단은 물론 바이오 유해물질에 대해서도 99% 항균 특성을 나타냈다. 기존 무전해 도금기술로 만든 전도성 필터와 달리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환경정화용 필터소재로의 활용성이 높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스타트업 '알링크'에 이전해 미세먼지 제거용 공기청정기, 자동차용 에어필터 소재 등 상용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혜문 책임연구원은 “가정용, 자동차용 공기청정기에서 클린룸 같은 산업용 공기청정시스템의 핵심 필터소재로 활용 가능해 1조원 이상의 세계 미세먼지 필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