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특화 신용평가사(CB) 설립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완성도 높은 개인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중·저신용자 대상에게 보다 풍성한 금융 혜택을 줄 수 있다.
빅데이터 산업 근간을 만드는데 통신 데이터는 필수다. 정부도 올해 초 이통사업자의 데이터 산업 진입을 위한 포석으로 다양한 규제완화를 약속했다.
다른 선진국 사례를 들여다 보면 필요성은 더 명확해진다.
미국 핀테크기업 렌도는 통신기록과 인성검사 결과 등을 활용한 신(新) 개인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 금융사에 제공한다. 중·저신용자를 대거 흡수하는 효과를 거뒀고, 리스크는 줄였다.
중국 알리바바 계열사인 마이뱅크와 텐센트의 위뱅크도 통신과 온라인쇼핑 정보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 모델을 만들어 성업 중이다. 통신 정보뿐 아니라 자동차 운행정보 등 기존 금융 데이터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다양한 데이터를 집적한다.
국내 이통사도 통신수납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정보평가 사업이 기존 신용정보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예측하고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이통사는 사회초년생으로 금융 활동 경력이 없어 대출 등 신용혜택을 받지 못하는 '신 파일러(Thin Filer)' 계층이 1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신파일러 계층은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하에서는 신용혜택 제한은 물론 카드론, 제2금융권 이용 등 금융 활동을 할수록 신용이 낮다.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신용평가가 소비자는 물론 금융권에게도 안정성을 높여 경제활동 전반의 활력을 이끌 수 있다.
이통사 임원은 “내부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휴대폰 수납정보가 신용정보를 매우 정확히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4만~5만원 정도를 7~8년 정도 문제없이 납부했다면 높은 신용등급에 버금가는 신뢰를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요금을 안정적으로 낸 이용자를 걸러낸다면 이동통신요금, 신규 서비스 할인, 맞춤형 상품 추천 등 향후 규제변화에 따라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신용정보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다양한 빅데이터 기반 산업이 꽃을 피울 수 없다.
실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이미 통신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까지 만들었다. 핀테크 계열사 '핀크'를 통해 테스트까지 완료했다. 시험 결과 금융데이터만 활용할 때보다 리스크가 줄고, 많은 고객이 대출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채권추심계열사 증자를 완료, 통신전문 특화 CB 설립까지 준비하고 있다.
KT도 마찬가지다. 비씨카드와 빅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정보분석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케이뱅크 신용평가 모델로 활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법 개정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결국 열쇠는 정부와 국회에 달려 있다.
업계는 최근 규제 혁파에 나선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와 함께 빅데이터 산업 규제도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용정보법의 독소조항을 조속히 풀고, 정부가 올해 초에 제시한 데이터산업 고도화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산업 고도화는 선택이 아니다. 통신 데이터 활용은 빅데이터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열쇠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