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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이 오는 28일 법정에서 만난다.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한 첫 공판이다. 흔치 않은 우리나라 규제 기관과 글로벌 인터넷 기업 간 소송이다.

이에 앞서 방통위는 지난 3월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 이용자 이익을 저해했다며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당시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일방 변경 이후 이용자 피해를 구체화해서 적시하고 제재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고의로 이용자 피해 유발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5월에는 행정소송으로 응수했다.

각각의 주장을 고려하면 페이스북이 이용자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가 소송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 처분이 적절한지, 페이스북 반박이 유효한지 등 시시비비는 법원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분명한 건 법원이 어떤 판결을 하든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소송 결과는 일회성 결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도 사회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본사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법인세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 실적 현황 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그럼에도 구체화해서 규제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제재 수위도 낮았다. 전례를 감안하면 방통위의 페이스북 제재는 이전과 다른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원이 방통위 결정을 법률상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터넷 기업은 국내 규제를 준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글로벌 기업의 위법 행위를 이전보다 강력하게 단죄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페이스북이 옳다고 판결되면 기존 법률 등 규제 체계는 물론 실효성 자체가 도전받게 된다. 방통위는 당장 글로벌 인터넷 기업 규제는 물론 국내 인터넷 기업과 역차별을 해소할 규제 프레임의 일대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방통위는 시대에 걸맞은, 상황에 적합한 규제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물론 온전히 방통위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아니다. 관계 부처와 국회도 방통위 못지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처럼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소송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나든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소송을 계기로 글로벌 인터넷 기업 규제에 관한 시금석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차별이든 역차별이든 어느 한쪽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이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 국내 인터넷 기업 간 규제 균형부터 맞춰야 한다.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통합 적용할 수 있는 법률과 제도도 서둘러야 한다.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방통위가 치밀하게, 끊임없이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돌출 변수가 등장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