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전을 계기로 세 번째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조립서버 시장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테라텍은 자신 있습니다.”
공영삼 테라텍 대표는 화이트박스 서버 1세대다. 화이트박스 서버는 조립 PC처럼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버다. HPE, IBM, 델 등 브랜드 서버와 달리 기업의 특정 목적에 맞춰 설계·생산된다. 가격 대비 효율성이 강점이다. 테라텍은 2000년대 초반 화이트박스 서버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개척했다.
테라텍은 1993년 용산전자상가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 독산역 근처에 사옥을 마련했다가 최근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 지식산업센터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새 사무실에는 고객사가 원격으로 서버를 테스트할 수 있는 서버룸과 교육장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사무실 규모를 과거보다 3배 정도 확장했다. 늘어난 사업장 규모만큼 고객 서비스도 강화하겠다는 게 공 대표 각오다.
공 대표는 다니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식물원 같은 사내 카페를 만드는 등 직원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또 연구개발실을 대표이사실 바로 옆에 두는 등 R&D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테라텍은 단순 하드웨어 유통 업체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매출 규모에 치중하기 보다는 향후 테라텍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테라텍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서버를 넘어서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회사다. 우리는 단순히 주어진 업무만 끝내고자 하지 않는다. 차이를 이뤄내고 창조하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모였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만들어 납품하는 고성능서버 클러스터는 학생에게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 세상을 윤택하게 하는 바탕이 된다. 또 게임 서버는 많은 사람에게 재미를 주며 낙심했거나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판매만을 하지 않고 그 이후까지 생각하도록 직원에게 요구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일찍 조립서버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삼보컴퓨터에 근무하다 1993년 테라텍 전신 테라전자를 설립했다. 반도체·PC 주변기기·워크스테이션·멀티미디어 장비 유통사업을 벌이다 2000년대 초부터 서버로 주력사업을 바꿨다. 사업 초기 주력이던 PC가 인터넷쇼핑몰 등장으로 유통채널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부진에 빠졌다. 그래서 오프라인 유통으로 인터넷 영향을 덜 받는 서버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서버시장은 IBM이나 HP 등 글로벌 기업이 독점했다. 화이트박스 서버는 없었다. 언젠가는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새로운 돌파구로 화이트박스 서버를 선택했다.
-테라텍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HW)와 이 기반위의 소프트웨어(SW) 두 가지 중심으로 이뤄진다. HW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OCP(Open Computer Project) 및 OCS(Open Cloud Server)도 국내 최초로 포털 및 통신사, 반도체사에 납품했다. 또 인텔 RSD(Rack Scale Design) 기반으로 한 매니지먼트도 준비하고 있다. 미래 HW는 단일 플랫폼이 아닌 랙단위 플랫폼이 될 것이다. SW는 테라텍 경쟁력의 핵심이다. HW 전문업체가 SW를 한다면 충분한 가치를 고객사에 전할 수 있다. 다른 경쟁사와 달리 이미 여러 유용한 자원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안정적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비결은
▲그동안 다품종 소량생산을 유지했다. 대기업에 물량을 제공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브랜드 서버가 기성복이라면 테라텍 서버는 고객에게 최적화한 '맞춤옷'이다. 맞춤옷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유지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시장은 해외와 달리 조립서버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 많이 변화됐지만 아직도 바뀔 듯 말 듯 하고 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테라텍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20년 이상 사업을 잘 유지해왔다
▲시장 흐름을 잘 파악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서버시장에 뛰어든 것도 텍스트에서 용량이 큰 그래픽으로 바뀌면서 스토리지가 부상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기술변화에 민감하다. 흐름을 읽으면 회사 사정이 나아졌고 그렇지 못하면 주춤했다. 지금도 그런 시점에 있다고 본다.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은 화이트박스 같은 저가형 서버를 통해 자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추세인데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기업도 자사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대만과 중국 OEM업체를 통해 화이트박스를 공급받고 있다. 참여 기업·기관끼리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게 목표인 OCP가 화두다. 오픈소스를 적용해 독자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조립서버에 탑재해 쓰는 것이 일반화됐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이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테라텍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려 한다.
-OCP서버 전략은
▲그동안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대상으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하지 않았다. 그쪽으로 간 중소업체는 다 힘든 상황이다. 마진이 없고 힘만 든다. 대기업 시장에 들어가려면 뭔가 달라야한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OCP와 OCS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을 보니 다 조립서버에 플랫폼을 올렸다. 그래서 테라텍은 국내 처음으로 OCP회원에 가입하고 대만 서버업체와 제휴를 맺고 관련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서버시장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지
▲단순 HW 판매만으로는 힘들어질 것이다. 시장이 좋을 때는 총판사가 물량베이스로 나눠주는 역할을 했다. 밀어내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벤더 채널 공급사가 시장을 주도한다. 때문에 엔지니어링 기반을 갖춘 중소 HW 공급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는 단순한 유통이 핵심이 아니다. 세일즈테크닉만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소프트파워가 같이 들어가야 한다. 테라텍은 SW 인큐베이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SW 개발 투자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SW 개발 자회사를 설립해 빅데이터 소프트파워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자회사는 이제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 업계 최고 실력을 갖춘 개발자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동안 숙련공이 해왔던 작업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자동화 작업으로 바뀔 것이다. 다양한 분야 업체와 협력해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장 준비는
▲진입은 하돼 너무 빠르지 않도록 속도조절 하고 있다. 너무 빨리 뛰어들면 실제 비즈니스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한 것에 매달리게 된다. 정부 R&D 프로젝트에 기웃거리게 되어 있다. 거기에 익숙해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실제적 비즈니스를 위한 R&D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 흐름을 주시하며 본격 전개를 할 타이밍을 보고 있다.
-클라우드 대비 전략은
▲예전에는 기업이 제한된 HW 스펙으로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기술 발달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생겨 제한된 HW 성능을 넘어 설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장소의 한계를 넘어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공간과 컴퓨팅파워가 생긴 것이다. 또 다른 기술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과거 대기업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시도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테라텍은 그들에게 고품질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
-최근 AI용 서버를 내놓았다. 제품 특장점은
▲더 빠른 딥러닝 서비스를 보장하는 AI용 대용량 GPU 서버다. 엔비디아 테슬라 계열 GPU 카드 또는 인텔 FPGA 카드를 최대 16개까지 지원하는 제품이다. CPU가 없고 별도 서버와 스토리지에 연결하는 독립된 박스 형태다. 기존 서버와 연결하기만 하면 손쉽게 GPU 카드를 최대 16개까지 늘릴 수 있다. 막중한 데이터 처리 부하를 해결, 신속한 웹서비스와 머신러닝 작업을 보장받고자 하는 고객 수요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새 사무실로 이전 했는데
▲창립 이후 세 번째 이전이며 세 번째 도약 시점이다. 새 사무실은 HW·SW 기술 허브가 될 것이다. 과거와 달리 HW와 SW가 분리되지 않으며 서로 융합돼 움직인다. 인텔의 적극 지원으로 고퀄리티 기술정보를 제공하고 신기술 테스트도 함께 한다. 이런 공유와 협력이 큰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다. 다양한 분야 솔루션 파트너사와 솔루션 커뮤니티를 구성해 고품질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계획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새로운 도전 과제가 있다면 언제든 적극 진행하겠다. 앞에서 강조한대로 우리는 주어진 업무만 끝내고자 하지 않는다. 차이를 이뤄내고 창조하며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미래를 위한 준비와 도전을 할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