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반기에만 두 차례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하반기에도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예상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본격 '매파 본색'을 드러내자 시장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며 오히려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반응이다. 유로존 정치 불안에 따른 달러 강세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미·중 무역 갈등 등에 따른 신흥국 시장 위험 요인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빨라진 금리 인상 시계...'불확실성' 해소, 속도는 우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3일(현지시간)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가 현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더이상 경제활동 장려 또는 낙담을 위해 통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은 정상적인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FOMC 직후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FOMC 참가자의 장기 중립금리 중간값은 2.875%를 유지했다. 연내 기준 금리 상향 조정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조정하면서도 사실상 금리 인상 목표치인 장기 중립금리 중간값은 조정하지 않았다. 지난 3월 FOMC에서 연준은 장기 중립금리를 2.75%에서 2.875%로 상향한 바 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의 압력 없이도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적정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정상적인 수준'에 금리가 도달할 때까지 점진적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성명서에서도 금리가 당분간 중립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당분간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기준금리 인상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중립금리에 대해 종전 수준을 유지한 점은 여전히 연준의 행보가 점진적인 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배경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용지표가 강화되고 있으며, 가계 소비와 기업 고정투자도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탓에 6월 금리인상 자체는 기정사실화된 사안”이라며 “대체로 3월보다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대적으로 상향된 듯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위기 도래 여부...강달러, 무역갈등에 주목해야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보다도 신흥국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은 지속되는 달러화 강세다. 최근 이어지는 달러화 강세 현상의 저변에는 유로존 전반의 경기 부진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일부 국가의 정치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올해 들어 계속되는 경기 부진으로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진에 더해 이탈리아발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유로화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유로존의 정치 불안으로 인한 유로화의 약세가 이어질 경우 강달러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의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겹치면서 지난달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을 가리지 않고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 등 신흥국에서는 지난달 일제히 자금 유출세가 나타났다. 이달 들어서도 첫째 주 총 19억2000만달러가 순유출되며 6주 연속 자금 유출이 벌어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환율 전망은 갈린다. 계속되는 유로화 약세로 인한 강달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약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상존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일각에서 선진국 중 가장 양호한 미국 경기, 연준의 긴축, 10년물 금리차 확대 등을 근거로 달러 강세를 주장하지만 미국 경기와 달러는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신흥국 위기를 보태는 또다른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다. 이날 FOMC에서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은 별도로 검토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이날 외신은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종료 직후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무역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발 리스크가 다소 진정된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주목할 이슈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라고 분석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금리 인상 여파가 무역 갈등, 정치 불안과 결합해 확산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도 미·중 무역갈등이 불러올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