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전자 편집 기술 규제는 마련되지 않았다. 단, 유전자 편집 작물에 대해 유전자변형식물(GMO)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증가한다.
2016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이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균에 의해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버섯을 개발했다. 미 농무부는 해당 버섯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당시 농무부는 “유전자 편집 버섯이 외부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면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만든 버섯은 GMO와 같은 규제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 사례를 계기로 유전자 편집 작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올해 3월 미 농무부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포함한 신육종 기술에 대해 식물 해충이 아니거나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을 이용해 개발된 경우가 아닌 경우 규제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식물형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개선한다. 전통적 육종도구를 확장해 농부에게 필요한 새로운 품종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판단했다.
GMO 규제가 깐깐한 유럽에서도 유전자 편집 작물을 GMO로 볼 것인지 논란이 뜨겁다. 스웨덴 우메오대학 식물유전학자 스테판 얀센 교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애기장대 형질전환을 시도한다. 연구 결과는 유럽위원회(EC)로부터 외부 DNA가 포함되지 않는 유전자 편집 식물을 GMO로 볼 것인지 최종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얀센 교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만든 애기장대가 GMO로 분류된다면 실험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유럽에서 GMO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연구 진행이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유럽 내 유전자 편집 작물도 GMO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다. 올해 초 변화 조짐이 일었다. 미셀 보벡 유럽사법재판소 법무관은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새로운 돌연변이유발기술로 얻은 생물체도 GMO 규제를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EU 최고 재판소로 법무관 권고를 존중한다. 유럽 과학자는 병충해와 척박한 환경에 강한 식물을 개발하거나 의학적 치료방법을 개선할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연내 GMO 규제 적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 따르면 2050년 지구 인구는 97억명에 달하며 농작물 수요는 100~110% 증가할 전망이다. 기후변화가 작물 수확량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식량 고갈과 생산성 향상을 견인할 기대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 내 변화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유전자 편집 작물을 GMO로 규제한다. GMO와 똑같은 안정성, 유해성, 환경 적합성 등을 검사해야 한다.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미국에서 GMO 검사를 하려면 평균 13년이라는 시간과 1500억원 이상 비용이 소요되는데 사실상 신약개발에 준하는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도 미국 못지않은 규제가 있는데 개선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물이 아니라 프로세스로 GMO를 정의한다면 유전자 편집기술은 굉장히 불리하다”면서 “자연적 변이, 육종과 구분이 불가능한 유전자 편집 작물 규제 개선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