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사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향후에도 이같은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과거 휴대폰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몰락은 한 순간이었다.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변화 흐름을 읽지 못한 결과는 혹독했고, 치열한 생존게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일깨웠다.
삼성전자·애플은 물론이고 중국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모토로라는 1996년 세계에서 처음 휴대폰을 호주머니 크기로 만든 '스타택'을 선보이며 강자로 부상했다. 스타택을 여닫을 때 '딸깍' 소리는 부(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당시 모토로라 세계 시장점유율은 50%를 육박,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1999년 세계 시장점유율 17%까지 내려앉은 모토로라는 2003년 얇은 레이저폰 시리즈를 내놓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레이저폰은 약 1억4000만대가 판매되며 휴대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2012년 구글에 매각됐다. 모토로라가 우리나라에서 철수를 발표한 시기도 2012년 12월이다. 구글은 2014년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재차 매각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블랙베리는 이용자간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첫 휴대폰이었다. 당시 소비자는 자판 달린 컴퓨터를 소형화한데다, 이동하면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매력에 사로잡혔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 유세기간 블랙베리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인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는 곧 기업용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로 이어졌다.
하지만 휴대폰 수요 맞추기에 급급했던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시대가 온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아이폰 유리 위에 타이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애써 애플 신기술을 부정했다. 기술 개발을 등한시 한 블랙베리는 결국 스마트폰 사업 개발을 중단했고, 2016년 말 TCL에 인수됐다.
모토로라·블랙베리도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졌던 제조사이지만, 노키아를 극복할 수 없었다. 노키아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노키아 휴대폰 판매량이 정점을 찍을때는 시장점유율이 70%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노키아 분석보고서'를 만들어 사업 전략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노키아 역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퇴보했다. 스마트폰 연구개발을 외면하고 피처폰 생산라인을 늘리는 악수를 뒀다. 노키아 몰락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었다.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부가 매각됐고, 현재는 HMD글로벌이 노키아 휴대폰 브랜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모토로라, 블랙베리, 노키아 몰락 배경의 공통점은 스마트폰 시대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故) 스티브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대를 선언한 지 10년이 지났다. 시장 분석가는 세계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애플은 물론 중국 제조사가 스마트폰, 그 다음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노키아 몰락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준비된 자가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의미인 동시에, 누구라도 내일의 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