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공개입찰의 덫...전기車 충전기 예상가 40% 한 기업에 낙찰

국가 전기차 충전기 공개 입찰에서 예정가격(예가)에서 36%로 낙찰되는 일이 발생했다. 최저가 입찰 방식에 따른 과열 경쟁이 불러온 결과다. 이번 입찰로 정부는 당초 예산에서 60% 넘는 사업비를 남겼고, 경쟁사보다 10% 이상 낮게 투찰한 한 업체는 정부 입찰 3건 모두를 따냈다.

전기차 공용 충전기가 급속 제품(50㎾급)에서 올해부터 100㎾, 200㎾, 400㎾로 고도화되는 상황이다. 지금도 잦은 충전기 고장, 고장 방치 등 고객 불편은 여전하다. 정부의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제품 성능과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지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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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환경공단이 최근 실시한 3개 권역별 2018년도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조달 입찰에서 충전기 제작사 대영채비가 참여 기업 8개사를 제치고 낙찰됐다. 입찰 물량은 100㎾·200㎾급 급속 충전기 각각 350·340기와 400㎾급 10기 등 총 700기다. 입찰은 3개 권역별(충남·전라·제주권, 강원·수도권, 경상·충북권)로 각각 분리했다.

대영채비는 입찰에서 예가의 각각 36%, 39%, 41%로 입찰해 3개 권역 사업 모두를 따냈다. 정부 사업 예산은 약 335억원이지만 낙찰 결과 131억원짜리로 전락했다. 정부는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도 당초 예산에서 60%가 넘는 205억원을 남겼다.

대영채비는 지난해 정부 충전기 구매 입찰에 참여한 때보다 10% 이상 낮은 금액을 써 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다른 경쟁사와도 약 10% 차이가 난다. 불과 2년 전 50㎾급 충전기 낙찰가가 1700만~180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입찰은 50㎾급 제품보다 출력량이 두 배 이상 더 큰 100·200㎾급인데도 충전기 단가는 1000만원대 초·중반으로 떨어졌다.

최저가 입찰로 정부는 매년 20~30% 낮은 가격으로 1000대 가까운 충전기 물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업계는 환경공단의 최저가 입찰 방식에 따른 경쟁 과열로 제품 완성도가 향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충전기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사업비 40% 이하로 낙찰됐다는 건 한국전력공사와 달리 환경공단이 최저가 입찰 방식을 고집한 탓에 과도한 경쟁을 부추겼거나 애초부터 예산 계획을 잘못 잡았다는 뜻”이라면서 “사업자도 낙찰가격이 약 30% 낮아진 만큼 품질보다 제품 가격을 내리는데 최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민교 대영채비 대표는 “급속충전기 사양이 100㎾ 이상으로 고도화됐지만 독자 기술과 충전기 외관 소재를 새롭게 개선한 탓에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한전은 충전기 사업자 선정 방식을 최저가 입찰에서 신뢰성 검증 위주로 바꿨다. 중국산 핵심 부품을 국산 완제품으로 납품하거나 유지보수 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분별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제품 검사, 현장 실사가 대체로 엄격하다. 그러나 환경공단은 여전히 기본인 기술력과 공급 실적, 사업 관리 능력만을 따진 후 최저가 입찰 경쟁을 통해 업체를 최종 선정하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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