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신경영 25주년, 삼성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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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신경영 선언'을 한지 25년이 지났다. 신경영 선언은 기업 혁신과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꾸라는 유명한 선언이자, 삼성을 바꾼 말이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지금 변하지 않으면 2류 내지 2.5류, 잘 해봐야 1.5류까지는 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류는 절대 안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강하게 변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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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신경영 25년…초일류 도약한 삼성

신경영 선언 25년이 지난 현재 삼성은 일류를 넘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다. 2분기에도 최고 실적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영업이익률도 애플과 세계 1, 2위를 다툰다.

삼성전자 실적 상승을 이끄는 원동력으로는 단연 반도체 사업이 꼽힌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반도체 실적이 다소 부진했을 때는 스마트폰이 실적 상승을 주도했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경쟁력도 뛰어나다. TV는 12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른 전자 계열사도 세계 수준 경쟁력을 갖췄다. 삼성SDI는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용 시장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고사양 스마트폰 부품은 물론, 전장부품 사업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적과 기술력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도 세계 수준이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8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The World's Most Valuable Brands 2018)'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7위에 올랐다.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구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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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위기극복과 지배구조 개편은 과제

삼성은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이 회장은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병상에 누워 있다. 이 회장에 이어 총수 역할을 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삼성 총수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고, 1년 가까이 옥살이를 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며 큰 고비를 넘겼지만, 3심이 남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계열사와 자회사에서 분식회계, 주식 배당사고, 노조 와해 의혹 등 대형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지만, 기업 신뢰도와 이미지 추락은 피할 수 없다. 대내외 악재를 잘 대처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배구조 개편도 과제다. 삼성은 2013년 80여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가 현재 4개만 남았다. 삼성이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어 조만간 남은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보험업법 개정에 대비한 계열사 지분 정리다. 7년의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3%를 초과하는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약 26조원)를 보유 중이다.

◇포스트 반도체 발굴…지속 성장을 향해

올해는 신경영 선언 25주년이자, 삼성 창립 80주년이 되는 해다. 삼성은 이제 80년을 넘어 100년 이상 지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하고, 삼성 혼자가 아니라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과 신기술 분야 투자 등을 강화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삼성은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을 비롯해 스마트싱스, 비브랩스, 루프페이, 조이언트 등 다양한 기업을 M&A했다. M&A로 빠르게 확보한 기술은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삼성 경쟁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 3월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제작해 사내에 방송한 특별 영상에서도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세상과 함께 공존하는 길'이 향후 삼성의 100년 기업을 위한 길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현재 삼성에 대한 국민 시선은 차갑다. 재계 1위 그룹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최순실 사태와 노조 와해 의혹, 분식회계 논란 등 각종 문제가 연이어 터지며 국민 신뢰가 추락했다. 때문에 삼성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잃었던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삼성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하고 변화를 시도한다.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를 위해 이사회를 개편하고,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도 영입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등 과거와 다른 변화도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에 위기요인은 내부적인 것보다 외부 상황에서 기인하는 것이 더 많다”면서 “정치적 상황 등 외부적 위기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혹들을 투명하게 해소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