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 시작이 반

통합과학 과목을 학생들이 배우기 시작한 지 두 달째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모두 배우는 통합과학은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을 목표로 개정된 과목이다. 학생의 과학 소양을 기르고, 탐구 방법을 배할며, 적성을 고려한 진로 교육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전통 과학의 분야별 경계를 넘는 통합과학은 네 가지 핵심 질문으로 시작한다. 자연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으며, 규칙성은 어떠한가. 자연은 어떤 시스템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인류는 자연 변화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인류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행에서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자연 현상을 통합 이해하고 민주 시민의 기초 소양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통합과학 연수는 벌써 3년이 돼 간다. 교육 과정과 교과서가 바뀔 때 교사가 느끼는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핵심 교원 연수, 선도 교원 연수를 차분히 준비했다. 자라나는 새싹들의 융·복합 사고력 증진에 중점을 둔 창의 교육을 위해 17개 시·도 총 32회, 6325명 교사가 연수를 이수했다. 올해에도 1896명 대상 연수를 계속할 계획이다.

박가영 근명여고 교사는 실습 중심의 체험 연수를 통해 실제로 교사 수업 능력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곽영순 교원대 교수는 “교육 과정을 개발한 사람들이 강사로 나서서 이번 교육 과정에 통합과학이 왜 들어왔고, 무엇을 바꿨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수업하면 될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교사가 연수를 받고 나면 학교에 가서 이렇게 적용하면 되겠구나 하고 파악하고, 실제 연수하면서 학생이 되어 체험하고 갔기 때문에 연수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멘델레예프가 되어 보자' '주사위 놀이로 배우는 물질의 순환'은 지난해 연수에서 교사가 직접 만든 교수학습 자료 제목이다. 제목만 봐도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학생 모습이 상상된다.

처음 학교로 들어간 통합과학은 학교 규모나 교사 수업 시간 배정에 따라 교사 전공별로 수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업탐구교사공동체를 1800여개 운영, 수업 내용은 통합해서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교장과 과학교사를 만날 때마다 통합과학 수업을 교사 전공별로 나누지 않고 한 명의 교사가 통합해서 가르치라고 안내했다. 그 결과 대부분 학교에서 통합 수업이 이뤄졌다. 또 교육 과정을 분석하고, 고등학교에는 무선망을 설치했다. 한 학급 규모로 태블릿PC도 보급하는 등 통합과학 안착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했다.

통합과학 내용 70%는 중학교에서 배운 내용으로, 학생 입장에서 매우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지만 교사에게는 아직 시행 초기의 생경한 과목이다. 바뀌면 현장은 일단 어렵다. 통합과학 수업 모니터링 결과 실제 선생님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건 전문 학습공동체에서 공유하는 수업 자료와 노하우, 교육부에서 보급한 교수학습 자료다. 바로 이 점이 교과가 현장에 안착될 때까지 지속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스티븐 기즈의 책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을 보면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다가 시작도 못하는 걸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비완벽주의자의 프로세스를 따라 시작하는데 관심을 기울인다. 일단 시작하고 과정에 집중하면 성공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통합과학이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과학 교사는 전공과 관계없이 일단 시작하면 결과를 성공시킬 수 있다. 전공에 따라 다른 여러 관점도 학생들과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이제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은 첫발을 내디뎠다. 시작이 반이다. 교사와 우리 아이가 함께 멈추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조향숙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 hscho@kofac.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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