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은 기업 스스로 제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공정위가 생각하는 대기업의 이상적 지배구조 개편은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 등 '일률적 형태'는 아니다. 총수일가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개별 사정에 맞게 지배구조를 개편하라는 것이 공정위 메시지다.
대기업의 변화에 대한 공정위 평가, 김 위원장 발언에서 공정위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다.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 변화에 대한 평가 자료를 잇달아 내놨다. 2월 현대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CJ, LS, 대림, 효성, 태광의 지배구조 개편 사례를 분석·소개하며 “소유·지배 구조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 관행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개선 사례 가운데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한 기업이 있었지만 별도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3월에는 62개 지주회사의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며 지주회사 구조가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을 이용될 수 있고, 이를 주시하고 있음을 공언했다.
4월에는 대기업집단이 1년 동안 순환출자를 85% 해소했다고 밝히며 “경영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순환출자가 대기업집단 소유·지배 구조에서 차지하던 역할과 비중도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순환출자 해소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은 재차 밝혔다. 김 위원장이 수차례 강조해온 내용이다. 순환출자 해소는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라는 평가다.
공정위가 일률적 지배구조 개편 형태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지향점은 하나다. '총수일가의 권한과 책임의 일치'다. 여전히 대기업 총수일가는 권한에 비해 너무 적은 책임을 지고 있다는 평가다. 매년 대기업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비율이 감소하는 등 책임경영이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정위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총수일가의 자발적 비주력계열사 주식 처분'에 집중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되는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일가가 비주력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데서 비롯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난 후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계열사, 특히 비상장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요소가 된다”며 “재계에서 노력할 방향 중 하나로 지배주주는 가능한 그룹의 핵심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비상장회사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달라고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