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이동통신 필수재, 음성과 데이터를 구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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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서비스가 쌀이나 물과 같은 필수재인가. 결과에 따라 이통 산업 규제 강도가 달라지는 중요한 문제다. 보편요금제가 촉발한 논쟁의 정답 도출은 미루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이통 서비스가 필수재나 마찬가지라며 요금을 내리자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2세대(2G)·3G 서비스 원가 공개를 판결,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경청할 만한 주장이다. 이통 서비스가 필수재 성격을 띤 지 오래다. 이는 다수 논문으로 뒷받침된다. 휴대폰 보급 대수는 인구보다 많으며, 모든 생활이 휴대폰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러므로 요금을 내리자'는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남은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필수재를 '가격탄력성' 개념으로 정의한다. 쉽게 말해서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지 못할수록 필수재 성격이 강하며, 가격 인상에 따라 소비를 줄이면 필수재가 아니라고 본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음성과 데이터에서 뚜렷한 소비 패턴 차이가 나타난다. 음성통화는 요금이 올라도 소비를 쉽게 줄이지 못하는 필수재 성격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다수 연구에서 나타났다. 이는 경험과도 일치한다. 전화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데이터는 다르다. 고소득층은 요금이 올라도 데이터 소비를 줄이지 않았지만 저소득층은 요금이 오르면 데이터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는 형편에 맞게 조절하며 쓸 수 있는 서비스라는 의미다.

음성통화는 필수재, 데이터는 비필수재인 셈이다. 필수재여서 요금을 내려야 한다면 음성통화 요금은 인하해야 하지만 데이터는 그래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필수재 성격이 옅은 데이터 요금 인하를 압박할 근거가 빈곤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전혀 필수재 성격을 띠고 있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검색, 메신저, 자동 업데이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 데이터 소비를 필수재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동영상 시청과 게임까지 필수재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데이터의 가격탄력성이 높다는 점, 즉 요금에 무신경하게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요금 인하 정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요금 인하→데이터소비 증가→요금 상승→요금 인하→데이터소비 증가'라는 패턴이 무한 반복될 가능성이 짙다. 요금을 올려도 데이터 소비가 줄지 않는다는 게 연구 결과로, 요금까지 내려 주면 데이터 소비량이 늘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요금 인하 효과는 단기에 불과하고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데이터 소비 증가에 따라 요금이 다시 오를 것이다. 아무리 요금을 내려도 요금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요금 회귀 현상'이 나타날 테고, 이통 사업자는 트래픽 상승 부담을 떠안는다.

무조건 요금을 인하하는 정책은 스마트폰 중독자 양산 부작용마저 우려된다. 결국 요금 인하 정책은 실패하고, 아무도 행복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 것이다. 데이터 시대에는 인위의 요금 인하 정책보다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 유도가 적합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단순히 국민 모두가 쓴다고 해서 필수재라고 하는 건 오류다. 음성통화와 데이터는 분명 성격이 다르고 정책 효과도 다르다. 둘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요금 인하 정책의 혼선이 시작되고 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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