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이 2년 반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중단된 경제 교류를 증진하고 한반도 정세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고 자유무역 확대에도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한·일·중 정상회의 10주년을 맞아 향후 10년을 위한 미래 협력을 이어 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일본 도쿄 영빈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3국 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2015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이들은 정상회의에서 3국 간 환경·ICT·보건 등 각 분야 교류 협력을 증진하고, 국제 정세 공동 대응 및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목표를 확인했다. 이들은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한 것을 환영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기대하며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3국이 공동 노력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이 '이란 핵 협정 탈퇴' 카드로 북한에 '핵 영구 폐기'를 우회 압박한 가운데 3국의 합의는 북·미 정상회담에 긍정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한·일·중 3국이 힘과 뜻을 모으면 한반도 및 동북아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음을 확신한다”면서 “세계사에 대전환을 끌어내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히 3국 정상의 특별성명 채택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과정에서 3국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와 리커창 총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 및 안정을 위한 기운을 더욱 강고한 것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앞으로 서로 손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의 항구 평화를 기대한다”면서 “3국이 각자 장점을 발휘하여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 또한 지속해서 협조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3국 정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고 자유무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지지부진한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리커창 총리는 “한·중·일 3국은 자유무역의 수혜자이며, 글로벌 통상 환경에 이런 저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합리에 맞게 해결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는 “한·중·일 FTA 협상 등 실질 행동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도 “3국이 자유무역과 열린 시장의 중요성을 호소하고, 21세기에 걸맞은 수준 높은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지지부진한 한·일·중 FTA 협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중 FTA는 2012년 11월 협상 개시 선언 이후 올 3월까지 13차례 협상했다. 그동안 3국 간 상품·서비스·투자 분야 이견으로 진전이 더뎠다.
문 대통령은 “한·중·일 3국은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전 세계 총생산의 4분의 1, 전 세계 교역액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 경제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3국 교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동취재 양종석기자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