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통화당국의 약속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9일 밝혔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원에서 열린 '인플레이션과 금리, 그리고 물가안정목표제' 간담회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시장 신뢰를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는 경제주체 간 기대인플레이션 격차가 이례적으로 확대된 현상을 들었다. 이로써 2%대 장기금리에 대한 시각도 달라진다. 이를 일반인은 '초저금리'로 판단하지만 채권시장 참여자는 '정상적인 금리'로 평가할 수 있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2% 중반인 반면,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BEI)'는 2013~2014년 급락기를 거쳐 2015년 이후 1%를 밑돌고 있다. 2012년까지 BEI는 물가안정목표인 3%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은 현재 근원물가 상승률(1.4%)를 상회하는 반면, BEI는 한창 하회하는 수준이다.
조 위원은 통화정책 결과로 2013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기준금리 인하 폭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폭보다 작을 경우 실질 기준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는 뜻이다.
그는 “세계적 경기침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기조적으로 하락시킨 데에는 긴축적 통화정책이 자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2015년 말 2016~2018년 물가안정목표를 3%에서 2%로 하향조정하며 낮아진 인플레이션을 과거 수준으로 복원시키지 않을 것임을 공식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안정을 한국은행법 1조에 넣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의 결과물일 것이란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해당 법에서 안정적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물가안정'을 명시하고 있기에 물가안정목표제 수행이 통화당국의 법적 책무”라고 덧붙였다.
현재 2%인 물가안정목표를 상향조정해야한다는 학계 의견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통화정책이 긴축적인 기조라고 보고 있지 않다”면서 “향후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물가안정목표 방향도) 달라질 수 있기에 지금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근원물가(1.4%)는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3월 연임 청문회에서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물가안정목표제가 여전히 유효하며,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