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고서에는 중국 메모리 시장 진입이 현실화됨에 따라 한국은 기술 격차를 확대하고 투자를 강화하면서도 후방 생태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들어가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지금도 세계 최고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차세대 공정 생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중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선점, 수율 상승 등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투자 역시 중요하다. 보고서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가 2020년 이후 중단된다면 중국과 후발 국가 추격에 세계시장 점유율을 뺏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소재, 부품 산업 간의 밸류체인 형성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국내 장비, 소재 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미국이나 일본 업체 대비 떨어진다. 이들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자금 투자, 산업환경 개선, 각종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부(모태펀드)가 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2000억원 규모 반도체성장펀드를 운영 중이지만 실제 중소기업 투자 수요는 이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보고서에는 “기술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 받고 적기에 제품에 대한 평가(성능평가 프로그램 활용)가 이뤄진다면 국내기업 기술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적었다.
인력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최근 정부 R&D 지원 감소에 따라 대학 내 반도체 분야 연구 교수가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 졸업생 역시 급감했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지금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었던 배경은 1970년대부터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소자기업뿐만 아니라 장비, 소재, 부품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국내 전문 인력이 중국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신규 창업과 재취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 '반도체 굴기' 핵심은 한국, 대만,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술 인력 흡수를 통한 기술개발이다. 현재 3국에서 많은 기술 엔지니어가 중국 기업에 취직해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대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고경력 인재가 중국에서 재취업하면 한순간에 많은 기술 노하우가 유출될 수가 있다”면서 “고경력자가 국내에서 재취업이나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