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블록체인 혁신현장을 가다]<1>中, 항저우 중심 '블랙홀' 전략

블록체인(Block chain) 붐이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각종 암호화폐가 넘쳐난다. 공개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스타트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투자자를 모집할 때도 기업공개(IPO) 대신 암호화폐공개(ICO) 방식을 선호한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분산 기록·저장하는 기술이다. 기존 중앙서버가 아닌 모든 사용자에게 데이터를 공개하고 비교해 위조를 막는다. 중앙화된 인터넷 대안으로도 거론될 정도다.

금융뿐 아니라 식품, 토지대장 등록 등 나라마다 다양한 시도되고 있다. 선도국가인 에스토니아는 주민등록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블록체인 관련 기술개발에 140여억원을 투입한다.

전자신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한 해외 6개국을 찾아 소개하고, 향후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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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파이낸셜 건물 입구.(사진=전자신문DB)

중국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블록체인을 포함시켰다. 지난해까지는 자국 시장만 바라봤지만 올해부터는 세계로 눈을 돌린다. 지방정부 항저우가 그 중심에 섰다.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목표다.

첫 단추는 금융 분야 블록체인 표준 제정 작업으로 뀐다. 향후 국제표준으로 격상시킬 방침이다. 블록체인 기술력을 겨루는 글로벌 경연대회도 연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100억위안 규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업도 이 같은 정부 노력에 화답한다.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업체로 떠올랐다. 베이징과 항저우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스타트업도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항저우, 블록체인 도시 변신

중국 정부의 블록체인 지원책 최대 수혜지역은 저장성 소재 항저우다. 블록체인 전문 산업단지가 올해에만 서너개 조성됐다. 동종 업종 기업을 한데 몰아놓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중국 정부 계산이 깔려 있다. 다만 아직은 블록체인 기업 숫자가 많지 않다. 금융, 인터넷 기업과 함께 사무실을 메우고 있다.

항저우 중심가에 위치한 블록체인 기업 윈샹의 황부톈 대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블록체인이 포함된 후 국가가 산업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며 “지방정부까지 가세하며 속도가 더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저우는 알리바바 본사가 속한 중국 대표 IT, 인터넷 기반 도시다. 지역 인프라를 총동원, 블록체인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와 금융 분야 블록체인 표준 제정 작업을 시작했다. 윈샹을 포함한 항저우 내 블록체인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골자는 크게 세 갈래다. 블록체인을 이루는 기초 데이터(오픈소스) 관리 기준 제정이다. 블록체인 기반 응용 분야별 표준도 세운다. 보안 규정도 포함됐다. 올해 중 관련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황부톈 대표는 “중앙정부 지시로 표준을 설계하는 중”이라며 “국제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대회도 항저우에서 열린다. 중국 정부가 직접 챙기는 글로벌 행사다. 대상은 세계 상위 50위권 명문대 학생들이다. 석·박사급 인재를 참여시켜 자웅을 겨루게 할 구상이다. 독일, 영국, 미국 주요 대학이 경쟁에 뛰어든다. 이달 나라별 예선전이 펼쳐진다. 결선에 오른 학생들만 오는 7월 항저우에서 치러질 결승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스타트업 지원도 확대한다. 실질적 사업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사무공간이나 자금 지원은 기본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접근이 쉽지 않은 공공기관을 상대로 오프소스를 개방하도록 압박한다. 스타트업 전용 펀드도 꾸린다. 100억위안 규모 '슝안 글로벌 블록체인 혁신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윈샹은) 직원 50명이 안 되는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신용대출소비소 전담 블록체인 기업이 됐다”며 “해당 기관이 보유한 대출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매출 목표가 2000만위안이라고 덧붙였다.

윈샹은 금융기관이 스스로 블록체인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기초 개발 환경을 플랫폼 형태로 제공한다. 중국 정부의 블록체인 표준 제정 작업에도 참여, 보안 기준을 세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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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톈 윈샹 대표(왼쪽)과 임성환 KOTRA 항저우무역관장.

◇정부의 힘…블록체인 꽃 피어

중국은 정부가 경제 정책을 정하면 기업은 적극 협조하는 구조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와 같은 거대 기업이 버티고 있지만,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힘은 공공기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공기업이 책임지고 있다. 민간업체가 목소리를 내기엔 영향력이 미비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같은 구조가 블록체인 생태계 확대에 기폭제가 됐다. 당장은 돈이 안 되는 신생 산업인데도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가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블록체인 투자에 나선다. 실제로 블록체인 산업이 태동한 시점도 중국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2016년부터다.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출발선을 끊었다. 알리페이 내 봉사단체 기부 기능에 블록체인 기술을 넣었다. 봉사단체 장부를 블록체인에 입력,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금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볼 수 있도록 했다. 2016년 말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봉사단체 30여곳이 이 플랫폼에 속해있다.

알리페이에 새 블록체인 기술도 접목한다.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는 전자태그(RFID) 칩 유통망에 적용할 예정이다. 구매력이 큰 고객이나 고가 제품을 대상으로 우선 서비스한다. 기존에는 큐알(QR)코드를 사용했다.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 판매되는지 보여준다. 생산지부터 판매점까지 단계별 정보를 블록체인에 올린 뒤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가공, QR코드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그러나 QR코드를 일일이 스캔하는 데 불편함이 따른다. 해산물처럼 QR코드를 아예 붙일 수 없는 제품도 있다. 이에 따라 앤트파이낸셜은 QR코드를 RFID 칩으로 대체, 소비자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앤트파이낸셜은 블록체인 관련 특허 세계 1위 기업이다. 30여명으로 구성된 블록체인 기술 연구소를 중심으로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왕안나 앤트파이낸셜 매니저는 “2016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블록체인과 IT를 활용해 금융, 유통 서비스를 개선하고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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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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