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도 폐지한다는데...여전히 '액티브 X' 고집하는 공공 홈페이지

LH공사·법원 등 설치 여전...기관별 형식 달라 불편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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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년차 직장인 A씨는 바쁜 일과 중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택청약 신혼부부 특별공급분을 신청하려 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주택청약 신청을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액티브X 등 여러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시간을 소비했다. 식사도 못한 채 프로그램 설치 후 로그인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신혼부부를 증명할 혼인관계증명서 발급이 문제였다. 법원 전자가족관계증명서시스템에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공인인증서, 파일전자 모듈 등 6개 파일을 설치해야 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결국 거래처 일정까지 늦을 정도로 시간만 낭비했다.

공공기관이 공인인증서 폐지 움직임에도 홈페이지 서비스 이용 시 액티브X 등 여러 플러그인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무설치 보안프로그램 등이 출시됐지만 공공기관은 도입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7일 전자신문이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법원전자가족관계증명서시스템, 정부24, 대법원인터넷등기소, 한국장학재단 등이 다른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했다.

LH공사는 홈페이지 로그인에 액티브X 설치를 위해 3개 파일을 내려 받도록 했다. 정부24도 통합설치프로그램, 공인인증암호화, 키보드보안, 문서출력보안 등 4개 프로그램 설치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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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홈페이지는 더 심각했다. 법원 가족관계등록시스템을 접속하자 홈페이지 화면 대신 6개 파일을 필수로 내려 받도록 했다. 공인인증모듈, 파일전자서명모듈, 송수신암호화, 리포팅툴, 문서위변조방지, 보이스바코드 등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는 공인인증 전자서명, 키보드보안 설치 프로그램을 유도했다. 업무를 보려면 별도 보안모듈 파일도 추가 설치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보안프로그램은 공급 업체와 프로그램 형식이 모두 달라 각기 다른 홈페이지 방문 시 계속해서 추가로 내려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초 국세청 연말정산 시스템과 정부24 홈페이지 플러그인을 먼저 제거하고 올해 말까지 30대 공공사이트에서 플러그인 제거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24를 포함해 대부분 공공기관 사이트가 버젓이 보안프로그램, 액티브X 등 플러그인 설치를 요구한다. 올해 말까지 30대 공공사이트 플러그인 제거도 불투명하다. 플러그인 설치를 제거한 곳은 연말정산시스템 등 일부에 그친다.

라온시큐어, 한컴시큐어 등이 무설치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행정안전부는 관련 예산 부족 등 이유로 사업 발주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세청은 지난해 관련 예산을 우선 반영해서 곧바로 시스템에 적용했지만 정부24 등 다른 사이트는 예산 부족으로 아직 사업 발주를 하지 못했다”면서 “상반기 비사용 예산 등을 활용해 하반기에 30개 홈페이지 대상 무설치 플러그인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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