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교육 개혁 로드맵이 실종됐다.
4차 산업혁명, 저출산 고령화, 남북관계 개선 등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대변혁'이 일고 있지만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교육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추진한 주요 교육 정책은 여론에 휘둘리면서 뒤엉켰다. 중장기 로드맵 없이 즉흥 대응 시나리오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입시·영어수업 등 단편 정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개혁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직업 종사자 업무 수행 능력 가운데 12.5%가 로봇·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하다. 2025년에는 70.6%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년 전 캐나다, 미국 등 해외 연구기관이 50% 안팎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보다 높다. 그만큼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우리나라 초·중학생은 올해 559만명에서 2030년 449만명으로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출생 인구가 통계청 예측 자료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학생 수 감소폭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 3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역대 최저는 물론 줄어든 폭도 2002년 이후 가장 크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수립, 국·공립 유치원 학급 수 조정 조치 등을 취했다. 그러나 근본 교육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유예, '미투'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 유·초등생 영어 교육, 역사교과서 집필 과정 등에서 혼란만 겪었다.
국내 사교육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지출된 총 사교육비는 18조6000억원으로 조사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합형 교육이 중요하지만 영어, 수학 등 입시 교과 위주 사교육은 여전하다. 입시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교육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대학은 2020년부터 처음으로 모집 정원이 지원자를 초과하는 미충원 문제에 직면한다. 미충원 규모는 2020년 2만여명에서 2022년 8만여명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교육부는 예측했다.
정부 대책은 미진하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대입개편 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고교학점제, 융합형 교육 등은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국가교육회의 역할도 미흡하다. 국가교육회의는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 주요 교육 정책, 교육거버넌스 개편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지난해 12월 출범 후 운영계획 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국가교육회의 내에 현장 전문가가 없어 대표성과 중립성 비판이 나온다”면서 “밀려드는 국민 관심 교육 현안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