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더 K9, 궁극의 기술에 감성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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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기술을 넘어 감성으로(Technology to Emotion)'.

6년 만에 2세대로 태어난 기아차 K시리즈 플래그십 '더 K9' 개발 콘셉트다. 이번에 시승한 더 K9은 지금껏 생각했던 기아차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제품력을 보여줬다.

지난 17일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를 출발해 춘천 더 플레이어스GC를 왕복하는 150㎞ 구간에서 더 K9의 앞좌석과 뒷좌석에 앉아 신차를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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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첫인상은 커다란 차체에 압도당했다. 5.1m에 이르는 긴 차체 3.1m의 축간거리를 갖춰 웅장하면서도 여유로운 대형 세단의 이미지를 나타냈다. 큰 덩치에도 적절한 차체 비율을 찾아 둔해 보이지 않고 날렵한 이미지를 풍긴다.

전면에선 풀 LED 헤드램프가 시선을 끈다. 헤드램프는 빛의 궤적을 형상화했다는 주간주행등(DRL)과 순차 점등 방식으로 작동하는 턴시그널 램프를 내장했다. 이중 곡면으로 볼륨을 살린 전면 그릴도 인상적이다. 측면은 차체와 조화를 이루는 19인치 휠이 멋스럽다. 후면은 헤드램프와 통일된 디자인 그래픽을 적용한 LED 리어램프를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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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뒷좌석.

먼저 춘천으로 향하는 시승 구간에서 뒷좌석에 앉았다. 시승차는 3.3 T-GDI 그랜드 마스터즈 사양으로 더 K9에 탑재할 수 있는 모든 사양을 넣었다. 실내 곳곳은 매끄러운 질감의 최고급 가죽 내장재를 사용해 마감했다. 퀄팅 나파 가죽시트는 허리를 편안하게 감싼다. 다만 앞좌석보다 시트가 높아 껑충한 느낌이 들었다.

뒷좌석 가운데 센터 암레스트로 렉시콘 오디오를 켰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깨끗하면서도 풍부한 음량이 17개 스피커로 전달된다. 센터 암레스트에는 휴대폰을 무선 충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무릎, 머리 공간 모두 넉넉해 장거리 주행에도 뒷좌석 승객이 편안히 여행을 즐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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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실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량을 직접 몰았다. 이 차에 얹어진 V6 람다II 3.3 T-GDI 엔진은 제네시스 G80 등 다양한 현대·기아차에 탑재된 모델이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에 이른다.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WD)과 조화를 이룬다.

성능을 검증받은 파워트레인답게 가속 반응이 뛰어나다. 페달을 밟는 만큼 재빠르게 돌진한다. R-MDPS 방식 운전대는 속도 변화에 따라 스티어링 감각을 묵직하게 조절한다. 특히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정확하고 직관적인 핸들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제동력도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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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고속도로에선 기아차가 자랑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을 사용했다. 운전대 버튼으로 일정 속도와 차간 거리를 설정하니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이 작동한다. SCC는 차로유지보조(LFA)와 연계해 선행 차량과 거리를 유지하고, 운전대를 조절해 차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코너가 크지 않은 고속도로 구간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니 운전대에 손을 떼고도 한참을 주행할 수 있었다. 운전대에 손을 올리고 있지 않아도 경고 없이 차량 스스로 차로와 속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일정 구간이지만,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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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다른 차량에 없던 똑똑한 기술도 유용했다.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면 해당 방향 후측방 영상을 계기판 좌우에 표시하는 후측방 모니터(BVM)를 갖췄다. 굳이 사이드미러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편리했다. 주행 중 터널에 진입하니 내비게이션과 연동한 터널 연동 제어장치가 창문을 올려주고, 공조 시스템을 내기 순환 모드로 변경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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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후측방 모니터(BVM).

이번 시승은 한국차 기술 현주소를 체감할 기회였다. 운전석에선 주행의 재미, 뒷좌석에선 안락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엠블럼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기아(KIA) 엠블럼은 잘 만들어진 더 K9에 부족하게 느껴졌다. 1세대 K9 시판 당시에도 '기아차, K시리즈'가 지닌 대중 브랜드 이미지는 기아차가 넘어야 할 과제였다. 이를 파악했던 기아차는 2세대에 새 차명과 엠블럼 도입을 추진했으나 출시 전 단계에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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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더 K9' 터널 연동 제어.

더 K9 가격은 5490만~9330만원. 현재 기아차는 1000만원대 경차부터 9000만원대 대형차까지 한 가지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통일성은 있지만, 소비자에게 차종별로 추구하는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긴 어렵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 가치를 함께 고려한다. 이제 기아차도 고급 브랜드 도입을 신중히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됐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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