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원자로 '하나로' 가동 중단 여파로 과학기술 개발 및 산업계 경제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하나로는 국내에 하나뿐인 시설이다. 중성자 분야를 비롯해 방사화 분석 및 핵기술을 비롯한 첨단 분야 연구 및 산업화에 활용해 왔다.
연구로라는 이름처럼 연구 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하나로가 내진 보강 및 관련 절차를 모두마치고 재가동할 당시에 네이처가 관련 내용을 소개할 만큼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시설이다. 그만큼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도 클 수 밖에 없다.
하나로 가동중단으로 곤란을 겪는 연구과제는 연구재단이 관리하는 총괄과제만 7개에 달한다. 세부과제로 따지면 40개며, 추가로 연관된 단위과제도 2개다. 민간수탁 과제도 적지 않다.
하나로 가동중단 전인 2013년 연구목적으로 하나로를 이용한 기관은 88개, 이용자는 877명에 달했지만, 2014년 이후 하나로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연구자들은 해외의 연구로를 이용하는 방법을 택한다. 일본의 양성자가속기 '제이팍'이나 멀리 미국 표준연구소의 'NIST 연구로', 호주의 '오팔'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로 가동중단으로 우리나라 연구계의 체면을 구긴 일도 있었다. 지난해 7월 대전에서 열린 '2017 세계중성자산란학회'가 대표 사례다. 중성자 산란 분야는 하나로의 중심 연구 분야다. 국내 연구계에서 2013년에 하나로 보유국으로서 행사를 유치했는데, 행사시점까지 하나로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성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하나로를 이용하는 연구 과제는 현재 거의 시작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면서 “꼭 필요한 몇몇 팀에서만 해외 시설을 이용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의료계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하나로는 국내 비파괴용 방사성동위원소(Ir-192 Seed) 국내 수요의 70%이상을 담당했다. 갑상생암 진단 및 치료에 쓰이는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131도 하나로에서 생산해 왔다. 하나로를 이용하는 실리콘 고전력 반도체화 처리 공정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가동 재개가 이뤄져도 이미 하나로에 대한국내 기업, 의료계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언제 또 장기간 가동중단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어 하나로만 믿고 원료 조달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춘득 호진산업 대표는 “그동안 비파괴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하나로에서 조달해 왔는데 4년 가까이 가동 중단이 이어지면서 신뢰를 잃어버렸다”면서 “지난해 12월에도 하나로 정상 가동 소식을 거래 기업에 알리면서 기업경영 개선을 호언장담했다가 망신만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하나로 연관 과제 현황>
<하나로 요오드-131 생산 및 수입량> (단위:Ci)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