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IC단말기 전환 또 유예...정부 부처간 컨트롤 타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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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우선승인제 현황(자료-본지 취합)

셀프주유소와 LPG충전소, 키오스크에 이르기까지 특정 결제기기에 대한 IC전환 유예 대책이 발표되자 유관 사업자가 더 이상 정부 방침을 믿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IC전환 준비 기간만 3년 이상이 걸렸음에도 특정 사업자에 대한 IC유예 정책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 주유소협회 등 유예를 주장했던 협단체와 대형 가맹점은 환영의 뜻을 밝혀 엇갈렸다.

어느정도 시장에선 예견된 일이다.

업계는 이번 결정 이전부터 키오스크를 비롯해 셀프주유소에 설치된 ODT(외부에 설치된 단말기 일종) 단말기를 IC단말기로 구분하느냐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지적에도 금융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최근 문제가 제기되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전수 조사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키오스크 기기까지 포함하면 IC전환이 되지 않은 기기만 약 7000~9000대 정도로 추정된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 정책에 따라 IC단말기로 전환한 사업자 반발은 불가피하다. 중소형 주유소 중 절반 이상이 정부를 믿고 큰 돈을 들여 기기를 교체했다.

반면 대규모 법인이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는 교체를 미뤄왔고, 이번 유예 대상에 이런 브랜드 주유소도 포함될 전망이다. 결국 정부 시책에 따른 중소형 업체가 역차별을 당하게 된 셈이다.

또 IC전환 속도도 더 늦어지게 됐다. 실제 정부 유예 대책이 나오자 벌써부터 IC전환을 추진했던 상당수 가맹점이 전환 작업을 중단했다.

정보 유출 문제도 명확한 해법이 없다. 정부가 유예기간을 적용한 단말의 정보 유출을 막는 실행방안을 내놨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는 셀프주유 단말기 등과 연결된 POS기기에서 신용카드 정보가 저장되지 않도록 보안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고, 관리를 밴사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밴사는 어처구니 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POS 내에 카드 정보가 남아있는지 여부를 알려면 기기를 다 뜯어봐야 하고, 보안프로그램도 주유소별로 제각각이어서 이를 일률로 밴사가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밴 대리점에게 또 외주를 맡겨 관리하는 셈인데, 돈도 되지 않는 보안 관리를 과연 밴대리점이 일일히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부연했다.

가맹점주의 보안조치 안내 스티커 의무 부착도 논란이다. POS기기와 관련된 IT지식이 전무한 가맹점주가 이를 월별로 점검해 사후관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IC우선 승인에 대한 외형적 홍보에만 치우쳐 정작 시장 내 사각지대를 파악조차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기 유예에 따라 정부 주도 IC단말기 전환 사업 신뢰성도 떨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논란에도 정부의 이번 유예 조치가 IC의무화를 현실적으로 조속 실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형 주유소 등에 대해 관리감독권이 없는 금융위원회가 강제적으로 IC의무화 실행을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며 “IC전환 사업은 국가 인프라 전환사업으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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