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중국 혁신을 주도하는 IT 공룡 삼총사다. 지난해 말 기준 텐센트 시가 총액은 526조원이다. 알리바바는 471조원, 바이두는 87조원에 달한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삼성전자(352조원)보다도 시가 총액이 높다.
이들 회사가 번 돈 대부분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창업자가 중국 사람일 뿐 지분 90% 가까이를 외국인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혁신센터(KIC)에 따르면 바이두 창업자 지분은 10%에 불과하다. 대주주는 30%를 거머쥔 미국 캐피털 회사 DFJ다. 알리바바 사정은 더 딱하다. 국내에도 유명한 마윈 창업자 지분은 7.8%에 그친다. 소프트뱅크가 23%, 야후가 12%를 보유했다. 텐센트 대주주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투자회사 MIH다.
중국 입장에선 배 아픈 일이다.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해 94% 상승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0조원 규모다. 마윈을 포함한 중국인 몫은 10%에도 못 미친다. 소프트뱅크와 야후가 35%를 챙긴다. 나머지 100조원 이상을 외국인 투자자가 가져간다.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중국인은 외환 규제 때문에 나스닥 주식을 살 수 없다.
이번엔 한국이 배 아플 일이다. 2006년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지분 23%를 가져올 때 600억원을 냈다. 당시 알리바바는 국내 기업에 먼저 투자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기업은 단칼에 거절했다. 알리바바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결과 소프트뱅크는 투자금 600억원을 무려 1800배 불렸다. 텐센트 지분을 320억원에 산 MIH도 180조원을 수확, 5600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유니콘 기업 18곳을 배출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업체도 121곳이나 된다. 국내 기업 가운데에는 네이버 라인이 유일하게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한 해 평균 투자 규모는 20조원에 육박한다. 그 가운데 우리 정부와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액수는 1% 수준인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금과 같은 투자 환경이라면 제2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등장해도 또다시 기회를 놓칠 공산이 크다. 투자 정책, 생태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전문가를 육성, 싼 값에 유니콘 기업 주인이 되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