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과 노동조합이 70일 만에 '2018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법정관리 위기를 넘겼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신차 2종을 배정하고, 신규 투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도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한다.
한국지엠 노사는 23일 인천 부평 본사에서 열린 임단협 제14차 교섭에서 3차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24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상정하고, 26일까지 조합원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잠정합의안은 △2018년 임금인상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단체협약 개정 및 별도 제시안 △미래발전 전망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잔류 직원 고용 관련 사항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희망퇴직 후 군산공장에 남은 직원 680명의 고용 보장 및 신차 배정 문제와 관련해 절충점을 찾았다.
한국지엠 노사는 군산공장 잔류 직원에게 '무급휴가'를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신 희망퇴직과 전환배치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인원에게 고용을 보장한다. 희망퇴직 보상안은 지난 2월과 동일한 수준이 된다. 희망퇴직 시행 이후에도 남아있는 인원에 대해서는 향후 노사가 별도로 협의한다.
미래발전 방안은 한국지엠이 연간 50만대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신차 배정에 초점을 맞췄다. 부평공장은 차세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9BUX'를 배정받는다. 또 부평공장 미래발전과 고용 안정을 위해 '부평2공장 특별위원회'도 구성해 운영한다. 창원공장은 1단계 개발이 진행된 차세대 글로벌 아키텍처 '크로스오버차량(CUV)' 배정이 확정된다. 이에 따른 일시적 공장운영 계획 변경과 생산성 향상 목표 이행을 위해 노사가 협력한다.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은 복리후생비도 합의점을 찾았다. 노조는 본인 학자금 지원을 포기하는 대신 3자녀 학자금 지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매년 12개씩 발생하고, 해를 넘겨도 적치되던 '고정연차'를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 밖에도 임직원 차량할인 폭을 기존 21~27%에서 15~21%로 축소하고, 상여금 지급방법을 개정하는 등 일부 복리후생성 항목의 단체협약을 개정했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잠정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회사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직원과 가족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 한국지엠 임직원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축해서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한국지엠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지엠 노사가 협상시한을 연장해가며 어렵게 합의를 이루어낸 만큼 상호 힘을 합쳐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이뤄낼 필요가 있다”면서 “협력업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존 발표한 3대 원칙 하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실사하고 GM 측과 경영정상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이 실시한 한국지엠 경영실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속성 보장을 위해서는 GM 본사 지원 계획, 노사 자구계획 합의 등 조건이 필요하다. 지원 계획은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고 28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는 한편 2개 신차를 배정하는 게 핵심이다. 산은은 여기에 맞춰 신규자금 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