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이사회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23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과 노동조합은 주말 내내 마지막 교섭을 이어가게 된다. 노사 양측은 군산공장 남은 인원 거취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법정관리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은 20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인천 부평 본사에서 가진 이사회에서 법정관리을 오는 23일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카젬 한국지엠 사장 등 GM 본사 5명, 문태석 전(前) KDB 산업은행 지역본부장 등 산업은행 측 3명, 주시제 상하이자동차 주임 엔지니어 등 이사진 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노조 측에서 '2018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를 23일까지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노사 합의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양측은 현재 군산공장 남은 직원들에 대한 거취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측은 군산공장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1회 실시하고, 부평·창원 등 다른 공장 상황에 따라 전환배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전환 배치에서 제외된 직원에 대해선 생산능력이 정상화되는 2022년까지 5년 이상 무급휴직을 제공할 계획이다.
반면 노조는 군산공장 고용과 신차 배정 문제를 먼저 확정해 비용절감 자구안과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군산공장 남은 인력은 680명이지만, 사측이 제시한 전환배치 인력이 100여명에 불과한 것에 반발했다. 나머지 인력 500여명을 5년 간 무급휴가로 방치하는 것에 대해 '해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 오늘 오후 8시로 예정된 이사회를 미룰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그건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이사회 의결은 하되 월요일까지 노사 합의가 이뤄지면 철회하겠다는 대답을 들어 23일까지 합의를 끌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부·산업부·중기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노사정위원장, 산업은행 회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과 컨퍼런스콜을 통해 한국지엠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한국지엠은 이날 교섭이 결렬되면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로 가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었지만, 본사와 얘기를 하고 해서 월요일 오후 5시로 시한이 연장된 것으로 안다”며 “한국지엠 노사는 주말을 이용해 최대한 협의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23일 오후 5시 전까지 임단협을 합의하고,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지엠은 이사회에서 법정관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에서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한국지엠은 지급 책임을 지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한국지엠은 현재 △임금 500억원 △지난해 성과급 720억원 △협력사 대금 4000억원 △희망퇴직 위로금 5000억원 △차입금 1조7000억원 등 총 2조7000억원이 필요하다. GM 본사가 경영실사 완료까지 유예해준 차입금을 제외하더라도 이달 말까지 1조원 가량을 융통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지엠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1조151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유동부채는 4조8949억원으로 유동자산을 2조2761억원 초과했다. 이사회에서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사실상 '1차 부도'는 확정적이다.
한국지엠이 한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회계법인을 선임해 50~60일 가량 자산 실사 작업에 착수한다.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다면, 법원이 산정한 채권 변재율에 따라 채권을 갚아가며 인수 의향이 있는 다른 기업들을 물색하게 된다. 반면 회계법인은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분석한다. 청산가치가 높을 경우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을 진행해 부도처리 된다.
김 부총리는 “GM측 분위기를 봐서는 그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법정관리에 착수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그때까지 노사간 임단협 합의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혜와 슬기를 발의해 고통을 양분하고 합의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는 오는 21일 임단협 제13차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사측은 교섭 일정에 대해 확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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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