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설계 특징은 '안정성'이다. 정부는 공공대역과 간섭 가능성을 고려, 경매 대역폭을 줄이는 초강수를 뒀다. 기술발전 속도와 시장 변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28㎓ 대역 이용 기간은 5년으로 정했다.
균형 공급은 불가능해졌지만 승자독식을 막고 사업자 간 지나친 주파수 불균형을 막는다는 경매 원칙도 세웠다. 최저경쟁가격은 과거 경매가와 시장 가치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산정했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망 구축 의무 기준 기지국에 스몰셀과 중계기를 포함시킨 것도 눈에 띈다.
◇불확실성 대비에 설계 초점
과기정통부는 3.5㎓ 대역에서 3.40~3.42㎓를 제외한 280㎒ 폭만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 경매 폭이 줄면 정부는 세수 확보 측면에서, 이통사는 주파수 확보 측면에서 득이 될 게 없다. 그러나 할당 이후 간섭에 의한 성능저하가 발생하면 문제가 커진다. 과기정통부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공공주파수 운영 주체, 이통사, 제조사와 공동으로 간섭 검증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비표준 장비 사용, 일부 환경에 한정된 측정 등 정확한 결과 도출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과기정통부는 이통사 대상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1차 설명회에서는 2개사가 문제를 제기했고 2차에서는 1개사가 30㎒ 폭 이상 가드밴드 확보를 요구했다. 결국 과기정통부는 국제기구(CEPT) 논의 동향에 따라 20㎒ 폭을 가드밴드로 삼아 할당을 유보했다.
류 국장은 “공공 대역 운용 주체와 해당 대역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은 간섭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해당 대역은 추후 여건이 갖춰지면 처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3.5㎓ 대역 이용 기간을 10년, 28㎓ 대역 이용 기간을 5년으로 잡은 것도 리스크를 줄이려는 포석이다. 3.5㎓ 대역은 기존 LTE 주파수와 전파 성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28㎓는 이동통신용으로는 처음 사용하는 밀리미터파 대역이다. 최고 속도가 20Gbps에 이르지만 커버리지는 LTE 20~40%에 불과하다.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도 아직은 마땅치 않다.
김경우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이용 기간을 10년으로 하면 할당 대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기술 발전 추이 등 불확실성이 있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당기간을 5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저경쟁가, 영국과 단순 비교 어려워
과기정통부가 이번 경매에서 공급하는 주파수 총량은 3.5㎓ 대역 280㎒ 폭, 28㎓ 대역 2400㎒ 폭 등 총 2680㎒ 폭이다. 최저경쟁가격은 3.5㎓가 2조6544억원으로 블록(10㎒ 폭)당 948억원, 28㎓가 6216억원으로 블록(100㎒ 폭)당 259억원이다.
경매를 마친 영국은 3.4㎓ 대역 150㎒ 폭을 5㎒ 폭씩 30개 블록으로 나눴다. 최저경쟁가격은 5㎒ 폭당 100만파운드(약 15억원), 전체 450억원에 경매를 시작했다. 최종 낙찰가는 약 38배 늘어난 1조7188억원이다. 주파수 이용 기간은 20년이다.
영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최저경쟁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이통사 주장이다. 블록 경매 특성상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경매가가 수십 배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영국과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총량 제한을 해당 주파수 대역에만 적용한 게 아니라 보유 주파수 전체에 적용했다. 그 결과 1위 사업자만 적용을 받게 돼 경쟁이 치열했다는 분석이다. 입찰 참여 사업자도 영국은 5곳, 우리나라는 3곳이다. 영국 대비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게 과기정통부 판단이다.
우리나라에서 2016년 경매 당시 140㎒ 폭 최저경쟁가격은 2조5779억원이다. 이번엔 3.5㎓ 대역에서 공급량이 2배(280㎒ 폭)로 늘었지만 최저경쟁가격은 3%가 안 되는 76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단순 비교로는 이번 최저경쟁가격 적절성은 판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는 전파법 개정안에 따른 신규 할당대가 산식과 시장 경쟁상황, 수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최저경쟁가격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통사 부담 완화를 위해 재정 당국과 많은 논의를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남은 쟁점은 총량제한과 입찰증분
과기정통부는 경매를 설계하며 '균등배분 불가' '승자독식 불가' '현 주파수 보유 비중 고려' '5G 서비스를 위한 최소 대역폭 고려' 네 가지 기본 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총량제한'이다.
과기정통부는 토론회 등 외부 의견수렴과 논의를 통해 한 사업자가 경매에서 가져갈 수 있는 주파수 양을 얼마로 한정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3.5㎓ 대역의 경우 총량제한에 따라 이통사 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3.5㎓ 280㎒의 경우, 총량제한을 36%(100㎒ 폭)로 설정하면 한 이통사는 100㎒ 폭, 두 이통사는 90㎒ 폭 할당이 가능하다. 두 이통사 100㎒ 폭, 한 이통사가 80㎒ 폭을 가져갈 수도 있다.
반면에 총량제한을 43%(120㎒ 폭)까지 높이면 한 이통사가 120㎒ 폭을, 두 이통사가 각각 80㎒ 폭을 가져가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총량제한이 커질수록 차등 폭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입찰증분도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 다음 라운드에서 직전 라운드 입찰가에 최소한으로 더할 수 있는 금액 비율이다. 입찰증분이 클수록 이통사 부담도 커진다. 경매 과열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합리적 수요를 확인하는 선에서 적정한 입찰증분을 결정하겠다는 게 과기정통부 입장이다.
류제명 국장은 “5G 주파수 경매 목표는 재정 수입 확보를 늘리는 게 아니다”라면서 “본래 취지가 5G 조기 상용화인 만큼 상용화와 이통사 투자 부담 간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