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가 최근 네트워크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별도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격 정책을 수정했다.
새로운 가격정책은 고객이 필요한 SW를 3년 혹은 5년 단위로 이용하거나 필요할 때마다 SW를 구매하는 구독형(서브스크립션) 방식이다. 시스코뿐만 아니라 주니퍼네트웍스 등도 SW 분리 판매 정책을 수립, 종전 HW와 SW 통합 구매 트렌드에 대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코는 새롭게 내놓은 '카탈리스트9K' 스위치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낮췄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SW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비전에 맞춰 HW와 SW를 분리한 가격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인하는 HW를 종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더라도 SW 가격을 별도로 책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위치 HW 판매와 별도로 스위치 장비에 탑재한 SW를 3~5년 등 연간 단위 라이선스를 계약하는 방식이다. 라이선스 기간 만료 이후에는 SW를 업그레이드하고 재계약한다.
주니퍼네트웍스도 SW 가격을 별도로 책정하는 등 구독형 모델을 추진한다. HW 성능 경쟁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SW 차별화로 HW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경쟁력이자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HW와 분리한 SW 라이선스 판매 방식과 구독형 모델은 단순한 가격 정책 수정이 아닌 생존 전략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HW와 SW 일괄 구매라는 기존 방식과 차이로 성공을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시스코 장비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협력사 관계자는 “종전 통합 구매에 익숙한 고객은 변경된 시스코 정책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공 부문에서 부작용이 예상된다. 공공기관은 연간 단위로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몇 년 후 재계약하는 서브스크립션 모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일회성 구매 이후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는 현재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HW와 SW를 분리 판매하는 방식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시스코가 HW와 SW 분리 판매로 안정된 수익 구조를 확보하면 이 같은 방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고, 궁극으로 고객 구매 행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시스코 등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가 점차 가격 정책 변화를 도모할 것”이라며 장기 시장 변화를 예측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