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정부의 미래차 투자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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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2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전기·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분야에 민·관 합동으로 35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전기차 약점인 주행 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많이 실으면 실을수록 얼마든지 멀리 달릴 수 있다. 전기차 주행 거리가 짧은 건 배터리가 비싸서 많이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1억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S'가 500㎞ 이상 갈 수 있게 된 건 배터리가 85㎾h나 실렸기 때문이다. 한 번 충전에 180㎞를 달리는 기아차의 전기차 '소울EV'는 '모델S'의 약 3분의 1인 30㎾h 배터리가 실려 있다. 소울 가솔린차 가격이 1000만원대 후반인 것에 비해 전기차는 428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비싸다. 모델S처럼 배터리를 탑재하면 가격이 얼마나 높아질까.

500㎞를 갈 수 있는 6000만원 또는 7000만원짜리 소울EV가 과연 더 매력이 있을까. 2010년부터 누적 판매 30만대 이상을 기록한 닛산 '리프'는 처음에 24㎾h 배터리로 시작해서 30㎾h, 40㎾h로 점점 용량을 늘리고 있다. 2019년까지 60㎾h로 늘릴 계획으로, 계획이 성공하면 약 500㎞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전기차 가격은 배터리 탑재량에 비례한다. 좀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배터리 가격이 더 낮아져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은 더 저렴해져야 하는 배터리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배터리의 주 구성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히려 배터리 가격이 올라가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세계 광물 가격은 2008년, 2011년에 광물 대부분이 최고가로 급등한 이후 다시 안정화되면서 낮게 유지되다가 최근 1~2년 사이에 또다시 상승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서는 탄산리튬 가격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2015년 말부터 2016년 3월까지 3배 이상 상승했고, 9월까지 다소 내려가던 가격이 지난해 말까지 지속해서 서서히 상승하다가 올해 들어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탄산리튬 가격의 변화는 모두 중국 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과 관련이 있다. 또 다른 핵심 원료인 황산코발트 가격은 2016년 말부터 지금까지 약 3배 상승했다.

황산코발트 가격의 변화는 코발트를 핵심으로 한 니켈-코발트-망간(NCM) 전지 수요가 늘면서 코발트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와 세계 코발트 물질의 54%를 생산하는 콩고민주공화국 불안감 탓이다. 이 두 가지 원료가격의 상승만으로도 리튬이차전지 가격 상승분이 10% 이상에 이른다고 전지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도래를 앞당긴 테슬라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파나소닉이 만드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전지이며, 핵심 물질인 양극재는 스미토모금속광산이 제공한다. 이 공급 체인이 형성된 지는 약 15년이나 됐다. 스미토모는 일본 유일의 니켈 제련 업체로, 광산을 중심으로 한 기초 원료를 생산한다. 전기차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하더라도 이제 겨우 자동차 시장의 1%에 불과하며, 2025년이 되면 8%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리튬의 40%, 코발트의 48%가 리튬이차전지에 각각 사용된다.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더라도 리튬, 코발트 공급이 절대 부족하지는 않겠지만 성장 과정에서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가격이 상승될 소지는 늘 존재할 것이다. 희소 금속의 국내 수급량이 제로에 가까운 우리로서는 과거 해외에 투자한 광물 사업에서 큰 손해를 보고 사업을 전면 정리하면서 미래를 위한 묘목이 거의 뽑힌 상태다. 500㎞ 가는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또 다른 핵심 사항은 심상찮은 원료들의 수급 체계 안정 확보다. 우리나라는 호흡이 짧은 정보기술(IT) 산업에는 강점이지만 호흡이 긴 소재원료 산업에는 소극성이 매우 강하다. 민간 기업이 상대하기 버거운 호흡 긴 광물에서부터 시작되는 기초소재 산업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아쉽다.

홍유식 INI R&C 대표 harry@inir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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