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보험 갱신 시기를 맞은 직장인 A씨는 온라인 자동차 보험 견적을 비교 중이다. 설계사를 통해 가입한 A씨의 과거 자동차 보험이 지인들보다 과도하게 비쌌기 때문이다. A씨는 자동차 보험의 경우 회사별 특약 차이만 있을 뿐 보장 자체는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온라인 보험을 선택하게 됐다.
A씨처럼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필요한 부분에만 적절하게 지출하는 라이프 스타일인 이른바 '짠테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몰리면서 보험사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이 부상했다.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점유율 선점을 위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빅5 손해보험사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13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 CM채널 원수보험료는 총 3조621억원으로 전년(2조2108억원) 대비 83.6%(1조8487억원) 증가했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말한다.
이는 손보사의 전체 원수보험료(88조3351억원) 중 약 3.5%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대면 채널을 제외한 텔레마케팅(TM), 홈쇼핑, CM 등 비대면 채널 총 수익에서 25.7%를 차지한다. 특히, 이 기간 텔레마케팅과 홈쇼핑은 전년 대비 각각 약 4.4%, 16.5% 줄어들어 대조적이다.
업계는 소비자의 가입 선호 트렌드 변화와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활성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 CM채널의 가격 경쟁력으로 TM이나 홈쇼핑 채널 고객이 CM채널로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험 가입 트렌드가 대면을 선호하지 않는 추세로 점차 늘고 있다”며 “보장에서 회사별 차별화가 크지 않은 온라인 자동차 보험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CM채널 시장을 선점·확대하려는 손보사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CM채널에서만 전년 대비 2411억원이 늘어난 1조8057억원의 원수보험료를 벌었다. 이 기간 삼성화재의 전체 손보사 CM채널 원수보험료에서 비중은 70.8%에서 58.9%로 줄었지만, 자동차 보험 시장 점유율은 동일(29.3%→28.5%)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009년부터 CM채널 보험 판매를 실시한 우리와 달리 최근에는 많은 손보사들이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면서 전체 비중이 감소했다”며 “하지만 시장점유율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볼 때 고객 유출은 없었다”며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상 각 회사 TM고객이 CM으로 일부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손보사도 실적이 개선됐다. 전년 대비 △KB손해보험이 약 82.5%(1126억원) 증가한 2491억원 △현대해상이 153.0% 증가한 2422억원 △DB손해보험은 162.6% 증가한 2170억원 △메리츠화재는 47.2% 증가한 82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DB손보 관계자는 “보험다모아의 출현, 이에 따른 공격적인 광고 등 마케팅 확대로 CM채널 원수보험료 수익이 크게 늘어났다”며 “비대면 고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 부분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전통 대면 채널보다 비대면 채널을 선호하는 고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보험 정보가 점차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보험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가 비대면 채널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회사들은 인기 연예인이나 다양한 광고 등 마케팅을 확대해 CM채널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보험의 경우 각 사 상품의 구조와 가격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며 “자동차, 여행보험 등 단기보험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을 더욱 더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